밤의 괴물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소년은 밤만 되면 괴물이 된다.
그렇다고 무섭거나 잔인한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 자신도 왜 그렇게 되는 건지 영문도 모른 채 또 언제 변화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밤이 되면 괴물이 된다는 것과 그런 괴물의 몸을 한 채 밤거리를 혼자서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새벽이 되기만을 기다릴 뿐...
게다가 괴물로 변하는 이 소년은 불량하거나 음습한 어둠 따윈 없는 그저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의 모습을 하고 있어 왜 이런 변신을 하는 주체로 선택되었는지 알 수 없다.
모처럼 크기도 생각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어디든지 맘껏 돌아다닐 수도 있으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과제를 못했다고 학교로 가서 과제를 가져오는 일을 할 정도로 지극히 학생다운 모습을 보이는 소년
우연히도 이런 괴물의 몸을 한 그를 한눈에 알아본 소녀는 같은 반 동급생이자 반 전체가 왕따시키는 존재인 야노
야노는 밤이 되면 학교로 와 혼자서 밤의 쉬는 시간을 보내는 다소 특이한 소녀다.
앗치의 눈에 비친 야노는 아이들과의 관계에 서툴고 눈치도 없으며 반 전체가 자신을 따돌려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늘 웃으며 대하는 어딘지 모자란 아이였지만 밤에 만난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좀 달랐다.
괴물과 마주치면 누구나 겁을 내기 마련인데도 두려워하지 않을뿐더러 생각하는 것이 남과 조금 다를 뿐 낮에 교실에서 보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는 야노와 밤에 교실에서 만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밤의 시간일 뿐 낮의 시간인 학교에서는  절대로 야노를 아는 척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그녀를 괴롭히는 모습을 볼 때도 그녀의 행동이 친구들의 반감을 사는 걸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져도 절대로 아는 척하며 간섭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 앗치는 그야말로 방관자인데 그건 자신이 반 친구들이 정해놓은 룰을 어기고 그녀에게 도움을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치의 예상은 한치의 틀림도 없었다.
자라나는 몸에 비해 정신은 덜 성숙한 사춘기 아이들 특성상 자신보다 약하거나 조금 다른 아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감정을 쏟아붓는 걸로 감정의 폭발을 막는... 그 또래 아이들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아치와 야노의 반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다.
특별히 그 아이들 심성이 고약하거나 나쁘지는 않더라도 그때의 아이들 특유의 잔인함은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두려움을 준다.
그렇기에 부당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나서서 도움을 줄 수도 도움을 바랄 수도 없다는 걸 서로가 다 아는 그들만의 룰은 어른의 눈에는 어리석고 미숙하게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의 눈에는 집단 따돌림을 선동하는 아이보다 자신들의 룰을 깨는 아이들을 더 적대시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야노에게 행하는 행동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그 룰을 깨는 걸 두려워해 나서지 않았던 아치는 자신의 행동이 비겁하거나 나쁘다는 인식조차 없었다.
밤의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 아이의 미소 뒤에 숨겨진 두려움을 깨닫기 전까지는...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전혀 거리끼거나 변함이 없이 대하는 야노의 모습은 남과 밤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대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이렇게 매일 밤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점차 마음을 나누면서 자신의 그런 행동이 더없이 비겁한 행동임을 자각하게 되는 아치
밤과 낮의 모습이 다르듯 밤과 낮의 행동이 정반대인 자신의 모습 중 진짜 자신의 모습은 어느 것인가?
그때부터 아치의 고민은 시작된다.
왜 아치는 낮과 전혀 다른 모습인 괴물로 변해야만 야노를 편하고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는지... 친구를 괴롭히면서 죄책감을 못 느끼거나 혹은 모른 척 외면하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괴물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괴물과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소재도 독특하지만 전개 방향도 참신하다.
한없이 무겁고 어두울 수도 있는 소재로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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