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남들과 다른 신체 활동으로 천천히 나이 들면서 수백 년을 살수 있다면 그건 행운일까? 아님 저주에 가까울까?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다면 당연히 저주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 상태의 사람은 거의 없고 혼자서만 이런 상태라면 아마도 그건 행운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듯하다.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늙지 않고 타고나길 병 같은 거에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이며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중국의 진시황이 그토록 원했던 불로불사에 가깝지만 주변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늙어가는 데 혼자서만 세월을 거스를 뿐 아니라 더한 경우 혼자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해보면 그건 공포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시간을 멈추는 법`은 책 내용보다 먼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주연을 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았다는 걸로도 이미 호기심이 생기게 한 책이었고 책을 읽고 난 후 당연하게도 그의 선택은 탁월하다 생각한다.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남자 톰의 어딘지 비밀에 쌓여있는 듯한 모습도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까 두려워하는 모습도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톰이 속해있는 오랜 세월을 늙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밀 조직인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에서 절대로 금지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절대로 사랑에 빠져선 안된다는 것
남과 다른 자신의 비밀이 발각될 경우 늘 목숨의 위협을 받아왔던 톰은 그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조차 지키지 못하고 한곳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 채 수백 년을 떠돌아다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자신 외에도 또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겨우 안식하게 되지만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헨드릭은 사람들로부터 조직의 사람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와 같은 금지를 만들었고 철저히 지킬 것을 요구한다.
한 사람의 앨버가 세상에 드러나면 조직 내 모든 앨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톰 역시 그가 원하는 규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 로즈의 죽음 이후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흔들리게 하는 여자 카미유를 만나고부터는 이런 조직의 규칙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이 책에는 톰이 과거 수백 년 전부터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이나 있었던 이야기와 지금 현재 카미유를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의 혼란을 번갈아가며 서술하고 있는데 그가 왜 다시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지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 과거의 일을 그리고 그럼에도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카미유에게 끌리는 톰의 심경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카미유와의 만남은 이제껏 옳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살아온 방식 즉 자신의 비밀이 발각 날지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곁을 주지 않고 누군가에게 마음속의 진심을 이야기하지도 못한 채 그저 비밀이 들키지 않도록 숨죽여 살아오는 것은 어쩌면 그저 살아 있는 것일 뿐 희망도 기쁨도 없는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카미유 외에도 자신과 같은 처지임에도 더 이상 사람들을 피해 숨어지내거나 하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며 인생을 즐기고 사는 친구를 호주에서 만난 게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세상엔 현재만 존재할 뿐 그리고 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는 걸 깨닫게 되는 톰의 이야기는 어쩌면 미래 있을지도 모를 불확실한 두려움으로 현재를 망치지 말라는 걸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까르페디엠~
그토록 오랜 세월 사람들을 피해 다녔던 톰이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곁에 없음을... 그리고 그렇게 사는 건 살아있는 게 아님을 깨닫고 마침내 두려움을 넘어 카미유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