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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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읽었는데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참담하며 깊은 수렁에 끌려가듯 내 기분까지 축축 처지게 한 책이었다.
어린 나이의 소녀가 당한 성폭력
소재 자체만 해도 쉽지 않은데 이 모든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게다가 이 작품을 쓴 작가가 결국 자살을 했다는 정보는 선뜻 책에 손이 안 가게 하는 요소였지만 일단 책을 손에 든 후에는 막힘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내 절망하거나 울분을 토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적어내려간 글 때문인지 오히려 소녀가 느꼈을 그 암담함이나 절대 고독 같은 게 더 와닿았던 것 같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믿었던 선생님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은 가장 친한 친구를 포함,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만들었고 그 비밀의 무게로 인해 반짝반짝 빛나던 소녀가 점점 어둠으로 끌려 들어가 끝내는 스스로를 놔버리게 만든 그 과정을 보면서 왜 누구도 그녀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깊은 탄식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팡쓰치 이 어린 소녀가 누구에게도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없었던 이유를 보면서 과연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에게 이런 일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면 마음 놓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인가 자문해보면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팡쓰치의 처지가 안타까우면서도 그런 그 아이의 선택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린 소녀가 누군가에게 강제 성폭행을 당했다면... 게다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이나 혹은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인 소녀에게서 문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가 행동을 이렇게 해서 혹은 옷차림이 나빠서 혹은 나쁜 목적을 가지고 오히려 그 아이가 먼저 접근해서 유도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
여기에서도 어린 팡쓰치에게 접근해 몹쓸 짓을 한 사람이 유명 학원의 문학 강사이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며 외모적으로도 호감 가는 인상을 가진 유부남이라 그런 남자가 몹쓸 짓을 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않는 것보다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리궈화라는 인간은 자신의 비겁한 행위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어린 팡쓰치를 유린한다.
그래서 그의 행위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폭력으로 쓰치를 안고 난 후에도 쓰치의 부모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쓰치를 데려나갈 정도로 뻔뻔하고 파렴치한데 그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모든 잘못을 일단 여자에게 덮어씌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그런 걸 너무나 잘 아는 리는 자신의 이런 행위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도 천연덕스럽게 마치 실수한 것 마냥 잘못을 비는 것처럼 해서 피해 가고 사회에서는 그런 그의 행위를 실수로 인정해주면서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장면을 보고 피가 끓어올랐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과 그다지 차이 나지 않다는 걸 알기에 허탈감도 들었다.
어린 소녀의 동경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차리고 계속 뻔뻔하게 이용하는 그를 보면서 낙원에서 이브를 유혹하던 그 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성폭력은 용인되어선 안되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이런 폭력은 더 이상 있으면 안 된다. 혹시라도 이런 폭력에 노출되었다면 적어도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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