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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ㅣ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자고 일어나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내 몸에는 지금 내 몸의 주인이 들어가 있었다. 이른바 빙의된 사람들
사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다는 것에는 은밀한 욕망이 숨어있다.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고 소망하고 이루지 못할걸 알면서도 꿈을 꾸는데 그래서일까 판타지 소설에서도 그렇고 특히 로맨스물에서도 흔히 다뤄지는 소재가 이런 빙의나 혹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무게를 가진 환생, 또는 타임 러프 같은 유다.
그래서일까 자고 일어났더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당황하고 현실을 부정하면서 괴로워하는 기자인 이한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암보스에 큰 기대를 가지진 않았다.
그저 익숙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려니 했는데 작가는 영리하게도 여기에다 살인사건 그것도 연쇄살인사건이라는 키워드를 넣었고 피해자 중 한 사람을 한나와 육체가 바뀐 강유진이라는 설정을 넣어 극적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강유진이라는 인물로 보자면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 키워지면서 극도로 자존감이 낮아져 남들과 어울리기를 어려워하는 고도비만의 몸을 가진 여자지만 자신의 책을 두 권이나 낸 작가로 머리도 좋고 무엇보다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부자다.
이에 비해 이한나는 늘씬한 몸매와 외모를 가진 사회부 기자로 적극적인 성격에 역시 머리도 좋아 성공할 확률이 높은 커리어 우먼이지만 집안에 돈 잡아먹는 하마 같은 아버지 때문에 늘 빚에 허덕일 뿐 아니라 은행권, 비은행권 상관없이 빚독촉에 시달리는 고달픈 인생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몸이 바뀐 후 처음 만났을 때는 각자의 인생에 지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게 실패로 돌아간 뒤여서 각자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한 1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유진이 한나의 몸을 한 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에 한나는 유진의 죽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에 처음부터 의심을 품은 경찰이 있다.
한나와 유진의 접점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엄청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 주변 인물은 그 둘의 관계를 몰랐을 뿐 아니라 둘 사이에 채무관계까지 있었음을 조사한 경찰의 눈에 한나가 의심스럽게 보이는 건 당연한 상황이다.
이제 한나는 유진의 죽음의 의문을 풀어야 하면서도 경찰의 의심을 떨쳐내야 하는데 한나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유진의 몸에 들어간 한나와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의 시선 여기에다 어딘지 많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유진의 과거까지 얽히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복잡해져간다.
이 책은 범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다른 스릴러나 미스터리와 조금 다르다.
범인의 정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의 변화와 갈등을 겪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생활에 동화되어 가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심정을 느꼈는지 그 미묘한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잘 짜인 스토리, 지루하지 않은 신선한 전개 등이 맘에 들었지만 뒤에 사족처럼 긴 설명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오히려 약간의 복선이나 어떤 행동을 통해 이후를 짐작하게 하는 방식을 취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