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에어 - Up In The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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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석사학위 따고 지방대에 줄기 차게 강의나갈 적 이야기다. 늘어나는 시간을 감당못해 아예 집을 지방으로 옮기자마자 결혼을 하게되어 또다시 서울로 이사왔다. 그러다보니 줄이고 줄인 시간이었지만 역시 지방행 보따리장사는 여전히 계속하고 있었다. 거기에 첫아이까지 낳고 나니 연고가 있는 지방만 겨냥해서 매주 아이를 데리고 왔다갔다를 반복해야 했다. 갓난 아이를 안았다 무릎에 놓았다 최소 4시간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덧 서울역전에 다다랐고 나중에는 아예 항공편으로 경향을 드나들었다. 한번은 그 주의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아이 멜빵에 애를 안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그날따라 얼마나 천둥번개가 요란했던지 흔들리는 비행기속에서 마지막 기도까지 읊조린 적이 있었다. 

일주일 한번 지방을 왕복하는 것도 당시 내게는 인생의 비극이었다. 좌우지간 한 곳에 정착해서 한 시내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일지 꿈꾸었던 것이다. 신혼이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년을 거의 내내 미 전역을 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아예 이 사람은 완전 적응이 되었다. 그의 집은 하늘이요 비행기안이었다. 오히려 일년 중 몇 안되는 날 집에 도착하면(그의 집은 오마하다. 그 유명한 현인 투자의 귀재가 사시는) 호텔방보다 더더욱 낯설고 어쩔줄 몰라한다. 그의 직업은 해고통보 전문가다. 상대방에게 가장 잔인한 한마디를 던져야하는 매몰찬 직업을 가진 그는( 정말 이런 직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충격을 최대한 줄이고 해고통보를 하는 인간적인 방법을 연구해야한다. 

이 사람에게 과연 가정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그의 여동생도 누나도 아예 손쳐내놓은 사람이다. 행사때 그가 나타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에게 가정이 있으면 어떨지 괜찮을지 생각하게 만든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를 떠올리며 여동생의 결혼식장에 어렵사리 나타난 그, 심지어 그 이상형의 여인까지 동반하고 집안행사에 다녀왔는데... 알고보니 믿었던 그녀는 유, 부, 녀. 혼자서 결혼을 할까 말까 심사숙고 망설인끝에 그녀의 시카고 집으로 날아간 그에게 남겨진 것은 즐거운 저녁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 다정한 남편의 목소리에 젖어있는 그녀의 확고한 눈빛뿐이었다. '내 가정을 깰 수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영화는 엄청난 마일리지를 축적한 그에게 비행기안에서 항공사가 감사의 동전을 선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잠시나마 가정이란 정착을 꿈꾼 사내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유목민의 삶을 계속한다. 그에게 정착이란 무슨 의미일까. 그는 자신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화상인터뷰로 해고통보를 받은 한 여인이 결국 자살을 하게 되자 새로운  통보방식을 철회한 회사는 그를 다시 파견하기에 이르고 그는 다시 공중인생을 받아들여야 한다. 크게 불만도 없어 보이고 크게 자책도 하지 않는 그의 물음표같은 표정이 인상적이다. 조지 클루니만이 지을 수 있는 무표정의 표정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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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에어 - Up In The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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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더 낯선 해고통보 대행사직원의 비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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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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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는 적이 알지못하도록 문자나 숫자로 표시한 내용을 말한다. 꼭 전쟁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라는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알기를 원치 않는 의도가 들어있다. 알기를 원치 않을 뿐 아니라 알면 안되는 경우에 필히 암호가 사용된다. 소설 다빈치코드가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중세이후 가톨릭교회 영향권에서 살아온 서구의 역사와 그에 맞선 기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교회에 의해 정형화되어간 탄생설화와 신격화된 예수의 생애로 말미암아 종교의 지배를 허용한 인간의 어두운 역사를 밝히는 것은 소설차원을 넘어서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암호는 은밀하다. 한 무리의 구성원이 아니라면 암호는 해독되지 않는다. 암호는 외적인 억압에서 발생한다. 어떤 암호가 만들어진 상황에 가해진 외부로부터의 억압의 성격은 암호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르네상스시대는 가톨릭에 반하는 다양한 숨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과학으로 설명되는 새로운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입을 강요당하는 시대에서 암호는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임을 외쳐댄 이발사의 심정을 반영할 것이다.  

보이니치 코드는 예일대 고문서보관소에 소장된 지금까지 해독되지 않은 고문서이다. 1912년 폴란드 고서 수집상인 보이니치가 구매한 책으로 로저 베이컨이 썼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 책은 영국 점성가 존 디로부터 독일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루돌프 2세가 금화 600두카트를 주고 산 것으로 보인다. 1912년 윌프리드 보이니치는 로마근처 예수회 학교에서 이 필사본을 구입했고 1969년 그의 미망인으로부터 H.P.크라우스가 구입해 바이네케 도서관에 기증했다.   

 스페인 출신 작가 엔리케 호벤은 이 보이니치 코덱스를 소재로 한 장편을 썼다. 예수회 신부 엑토르를 주인공으로한 이 소설은 다빈치코드처럼 현란한 구성과 스릴러풍을 기조로 하지 않는 탓에 전체 흐름이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글은 리듬감있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물리학자이기도 한 작가는 루돌프 2세치하의 프라하에서 왕실과학자였던 티코 브라헤와 그의 문하에 들어와 잠시 함께 작업을 한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야기를 화두로 던짐으로써 미해독 암호문서와 동시대 과학자들과의 연관성을 유도한다. 그는 케플러에 의해 예수회 수도원에 이 문서가 전해졌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덴마크 출신인 티코 브라헤가 유복한 귀족 출신이었던 것에 비해 어려운 경제난에 시달렸던 케플러가 그의 스승을 독살했을지 모른다는 가설의 책이 나와 있다고 한다. 작가는  미국인 길더부부가 쓴 책에 짙어져있는 케플러의 혐의를 무화시키고 싶은 의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 있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의 움직임을 지적한다.  체코여행당시 프라하성 뒷편에 서 있던 케플러의 동상을 보고 독일 사람이 왜 프라하에  있는지 의아했었다. 그가 루돌프 2세치하의 행성학자였던 것을 진즉 알았더라면 이해가 되었을 터인데 말이다. 여행을 같이한 일행은 근처에 밥먹을 식당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나는 잠시 그의 동상앞에서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중학시절 내가 처음으로 동경한 천문학자가 케플러였다. 
 
이 책의 원제는 별들의 城이다. 작년 여름 한 방송에서 보이니치 코드를 소개하는 바람에 네티즌의 관심대상이 되었기에 이 책도 그 붐을 타고 이름을 이렇게 붙인 모양이다. 케플러의 묘비글 중 한 구절처럼 육신은 비록 땅에 있지만 영혼은 우주에 있을 역대 천문학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호모사피엔스이후 인간종의 한계능력은 초기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듯 싶다. 아무리 기술 발전 정보발전을 외쳐대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기술혜택수준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 첨단을 부르짖는 동시에 창조론수호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이순간도 역시 암호해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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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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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인에게도 젊은 날의 아침이슬같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원로  가곡 작곡가들 탐방기사를 쓸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내일모레 팔순을 넘보는 나이에도 프레쉬한 연애를 꿈꾼다고 말했다. 20대의 나이였던 나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팔순의 노인들에게 현실의 사랑이 어렵다면 과거 청춘의 풋풋하고 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린다고 무슨 흠이 될까. 북독일 출신의 작가 지그프리드 렌츠가 2008년에 내놓은 노벨라 <침묵의 시간>도 그런 청춘의 사랑에 관한 기억이다.  1926년생이니 작가의 나이 현재 84세다. 

열아홉살 소년(아니 청년)에게 영어 선생님 슈텔라에 대한 기억은 평생의 가슴속 고이 간직할 영원한 사랑이 되었다. 발트 해를 낀 작은 어촌 마을 학교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티안 소년의 이야기는 줄줄 눈물 흘리게하는 슬픈 연애소설이 아니었다. 슈텔라 선생님의 장례식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중편은 소설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한번도 호흡을 멈추지 않는다. 19세 감수성 풍만한 소년은 사랑했던 아마 사랑이라고 여겼던 그 깨끗한 마음의 상태를 한번도 흐트리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그는 도저히 짧았지만 소중한 시간들을 얘기하면서 허튼 순간으로 낭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상의 여선생과 연하의 남학생의 사랑이라면 당연히 금지된 사랑이고 신성한 학교에서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크리스티안의 속삭임을 듣고 있는 내내 독자들은 그가 설익은 사랑으로 선생님을 자살하게 했다든가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름으로써 부모속을 썩였다든가 학교로부터 비난과 퇴학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든가 하는 상투적인 사건을 상상할 수 없다. 그저 사랑하는 선생님을 잃은 그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해 답답할 뿐이고 장례식에 조사를 읽지 못하겠다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져주고픈 생각으로 가득찰 뿐이다. 

가끔씩 반 높임체의 어투를 써서 우리의 심장을 딱딱하게 만들고 다시 장례식과 선생님과의 추억을 오가며 별빛같은 청춘의 아픔에 대해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전체 이야기속에서 선생님과 함께 갑판위에 서 있던 나머지 한명이 누구였을까, 선생님에게 크리스티안이 아닌 미래를 약속한 남성이 있었을까, 그래서 슈텔라선생님은 괴로울 수 밖에 없었을까...... 우리는 모른다. 크리스티안의 입을 통해 듣는 청춘의 사랑이야기는 거기까지다. 슈텔라선생님은 크리스티안의 눈에 비친 그대로가 더욱 아름답고 영원성을 가지니까. 

핀란드에서 배를 타고 발트해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나에게 있다. 덴마크에 도착하기 전에 아마 북독일의 해안을 지나쳤을 것이다. 크리스티안이 가슴앓이를 했던 그 어촌마을도 어디쯤엔가 있었을 것이다. 울음도 채 나오지 못하는 그의 아린 가슴을 지그시 붙잡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발트 해의 한 마을을 눈앞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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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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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도 화가가 그려준 젊은 날의 자신의 초상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쭈그렁탱이가 되는 얼굴,  나날이 늘어가는 검버섯, 그리고 세파에 찌든 피곤한 눈빛,  약간은 오만과 버젓함이 스며있는 야릇한 입가의 미소 등등 현실의 모습에 비해, 초상화속의 2,30대 자신은 마냥 풋풋하고 열망과 호기심에 찬 얼굴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늙어 보기 흉한 외모는 그 젊은 초상화를 질투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 경우를 상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실의 노화대신에 초상화가 대신 늙어 간다면. 뿐아니라 현실의 악행과 비리가 현실의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고 대신 초상화에 나타난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늙지 않는 방법을 택할 사람들이 제법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보아도 한결같이 칭송할 미모를 가진 미소년, 미청년 도리언 그레이. 그는 바질 홀워드가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영원한 청춘을 빌었다.  사랑의 감정을 느낀 연극배우 시빌 베인과 결혼을 마음먹었으나 사랑의 유혹에 프로의식을 포기한 그녀의 연기에 배신감을 느끼고 무참히 여인을 버린다.  사랑때문에 자신의 직업도 포기할 수 있었던 여인은 냉혹한 남자 도리언의 결별선언에 자살하고 만다. 

책에는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의 비행이 상징적으로 묘사되고 비리와 얽힌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는 영혼이 없는 인간으로 설정되고 악한 마음의 결과는 차츰차츰 초상화를 핏빛으로 물들여간다. 오스카 와일드의 탐미주의 정신의 꽃이라 할 이 작품은 젊음과 미모를 맹신한 한 인간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곳곳에 작가의 미적 탐험심에 대한 존경이 가득하다. 도리언 그레이는 '단테가 묘사한 이른바 미를 숭배함으로써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애쓰는 부류'였으며 '고티에가 언급한 것처럼 그는 가시적인 세계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묘사된다. 도리언 그레이는 생각했다. '좋은 사회가 지켜야할 규범은 예술이 지켜야 할 규범과 같거나 같아야 한다고. 특히 형식은 규범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며 격식같은 비현실성과 동시에 위엄도 갖추어여하고, 낭만주의 연극의 허위적특성과 함께 그런 연극에 즐거움을 느끼게하는 재치와 아름다움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리언 그레이와 바질의 마지막 대화에서 도리언은 외친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그는 초상화에 역겨움과 흉측함을 싣는 대신 영혼을 팔아 아름다운 얼굴을 소유하고자 했다. 바질을 죽이고 살인을 은폐하는 과정에 흐트러짐 없은 행동을 보이나 사냥에서 몰이꾼(정작 확인후에 시빌 베인의 남동생인 제임스 베인임을 알게된다)이 사고로 사망하자 심리적 혼란과 더불어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는 그는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런 마음 마저도 허영과 호기심과 위선이었음을 알아차린다. 

냉소적인 세계관으로 도리언에게 젊음과 미모에 빠지게 한 헨리경은 작가의 또다른 생각의 통로일 것이다. 그는 도리언에게 마가복음 8장 36절의 '사람이 온세상을 다 얻고도 제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는 말을 인용해 들려준다. 그러나 헨리를 통해 듣는 작가의 말은 '예술에는 영혼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더이상 영혼을 믿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인간 도리언은 보잘 것없는 가면인 미모와 거짓인 젊음의 노예가 되어 피폐한 최후를 맞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19세기의 위선적 도덕주의에 반대하는 "예술자체의 형식적 우월성에서 찾을 수 있는 진실"이라는 꿈을 그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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