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아프리카와 관련 된 각 종 이야기들을 소재로 한 책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즐겁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든 이런 책들이 읽는 재미나 만족감을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나의 취향으로는 그렇다.  그다지 신선할 것 없는 여행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개성이 없어서다.

지금 소개하려는 책은, 아프리카를 다룬 책들 중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남아공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놀랍도록 인상적이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은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가 아니라, 감옥에서 축구 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인종차별 정책으로 악명을 날리던 과거 남아공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축구 한 이야기이다.  로벤 섬에 있었던 이 수용소는 넬슨 만델라가 청춘을 몽땅 보내야만 했던 감옥이기도 하다.  이 정도만으로도 군대에서 축구 한 수컷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2006년 감옥을 다시 방문한, 당시 수감자 축구 선수, 토니 수즈 

 

먹고, 자고, 일하고 것 등 모든 것을 감옥에서 정해준 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수감자들이, 유일하게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축구였다.  그러나 이 각본 없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수감자들이 교도소 당국의 허가를 받는 데에만 해도 무려 4년이라는 투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축구가 시작되자, 이들이 발휘한 조직력과 운영능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3부 리그로 구성된 협회의 경기 진행 방식도 그러하지만, 일방적일 수 밖에 없는 교도소 당국과의 관계에서 이들이 발휘한 협상력과 인내심, 그리고 동지들간의 연대는 분명 경탄할만한 것이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그 과정을 따라가 보는 재미는 유별나다.

정치범들이 많았던 탓에, 로벤 섬의 감옥을 하나의 투쟁의 대학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그들의 의지와 노력이, 감옥 내 축구협회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잘 발휘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수감자들이 아파테이드(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가 사라진 후의 새로운 남아공의 건설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끊임 없이 논의하고 토론하는 모습에서, 감옥의 축구협회 운영 능력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당시 축구를 했던 토쿄 섹스웰레는 현재 2010의 남아공 월드컵의 조직위원이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레인저스 팀의 주장이었던 제이컵 주마는 현재 남아공의 대통령이다.

이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세상 밖에 묻혀있을 수 있었을까.  책 뒷부분에 있는 저자의 후기를 읽어보니, 이 이야기가 남아공에서 다큐드라마로 제작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다큐, 어떻게든 한 번 구해서 보아야겠다(혹 보신 분이 계시다면, 부디 저에게도 좀 알려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