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칼라하리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1950년에 칼라하리로 이주하여 5년 간 부시먼들과 이웃하며 살아간 한 미국인 가족이 있었다.  이 글은 당시 19세의 나이로 부시먼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지낸 이 가족의 일원, 엘리자베스가 쓴 것이다.

혹독한 자연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온순한 사람들, 부시먼.  그들의 언어와 문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독화살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독성을 지닌 애벌레의 이야기, 태어난 아기를 첫 숨을 쉬기 전에 태반과 함께 땅에 묻어야만 하는 그들의 상황 등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1978년 남아공 군대가 부시먼들을 게릴라와의 전투에 쓰기 위해 군인으로 모병을 하면서 그들의 커뮤니티가 본격적으로 망가지는 과정 등 그들의 슬픈 현대사도 놓치지 않고 함께 들려준다.

이들 가족이 그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가족들, 특히 지은이의 동생인 존은 부시먼 여인과 결혼까지 하였으며(비록 나중에 헤어지기는 하였지만), 여러 가지 종류의 혀를 차는 희귀한 발음이 존재하는 부시먼들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는 사실이다.  외지인으로서 현지인들을 이해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들의 언어로 간단한 의사소통 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점에서 이들은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 있다.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지은이는 예전에 자신이 살던 칼라하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이웃 부시먼 아낙과 극적인 재회를 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퍽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산San’족이라는 표현보다는 ‘부시먼’이라는 단어가 그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써 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반대되는 개념이었기에 다음의 내용을 주의 깊게 반복해서 읽어보았다.

[코이코이족의 언어에서 ‘산san’이라는 단어는 농장이나 가축 없이 사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표현하는 뜻이 있다.  요컨대 그것은 수풀에 살면서 땅에서 구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란 뜻의 단어였다.  그 의미에 부합되면 누가나 ‘산’이 되었고, 부시먼은 정확히 그 뜻에 맞아 떨어졌다.  따라서 코이코이족은 부시먼을 경멸해서 ‘산’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코이코이족을 연구하기 위해 인류학자 아이작 새퍼라가 왔다.  그는 코이코이족을 따라서 부시먼을 가리켜 ‘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정했고, 혀를 차는 소리를 내는 아프리카 남부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코이산’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이것이 널리 사용되게 했다.]

[부시먼을 산족이라 부르는 일은 오늘날 학계에서조차 표준이 되었다.  하지만 코이코이족과 부시먼이 나란히 살고 있는 나미비아나 보츠와나에서는 그렇지 않다.  학자들은 아직 모른다 해도 부시먼은 ‘산’이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부정적인 의미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미비아 출신의 인류학자로 버몬트 대학에서강의를 하고 있는 로버트 고든의 주장에 따르면, ‘산’이라는 단어는 나마어로 ‘도둑들’을 뜻하는 ‘손쿠아’에서유래된 것이며, 이는 두 집단이 충돌할 때 가축을 훔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한다.  고든 박사는 말한다.

“오늘날 산이라는 용어는 나미비아의 코이족 중에서 나마어 사용자들만 쓰는 것으로 보이며, 그 용어를 학계에서 계속 사용함으로써 부시먼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나미비아에서는 산이라는 명칭 대신 단지 ‘부시먼’이라는 용어만을 사용한다.”

사실, 그것은 부시먼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들은 자기들 스스로 ‘수풀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러야 했을까 아니면 ‘너무 가난해서 가축도 없고 땅에서 주워 먹는 사람들’이라고 불러야 했을까?  일찍이 고든 박사가 지적했듯이 대부분의 부시먼, 특히 오지에 사는 이들은 자신들을 집합적으로 가리켜 ‘부시먼’이라고 불렀고, 그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주/와족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 시각을 심사숙고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부시먼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그들을 처음 만난 곳이 수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식량을 얻는 방식에 따라 수렵채집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산족이라고 바꾸어 모양새를 보기 좋게 하려고 했지만, 비록 그 이름을 붙인 것은 서구인이 아니라 코이코이족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명칭 역시 우리의 문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전반적으로 꽤 지루하다.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렇게 지루하게 씌여졌다는 점이, 못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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