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 Mr. Know 세계문학 61
카렌 블릭센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시드니 폴락 감독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고, 아프리카(케냐)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시라.  그리고 그 일독이 몹쓸 환상을 깨버리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이 책은 카렌 블릭센이 17년 간 케냐에서 살아간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 그의 회고록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참작한다 하더라도, 그 시절의 모든 이들이 카렌처럼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다.  현지 사람들을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야만인’으로 규정해놓고 시작하는 그의 삶은, 그래서 같은 제목의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휩쓸었던 것처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 받아서는 곤란하다.

당시의 케냐는 그가 ‘6천 에이커의 땅’을 소유하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원주민들은 법적으로 땅을 매입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가 뒤틀려 있었다고 할 수 밖에…  카렌은 이러한 현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당시의 흔한 제국주의자들 중 하나였다.

다음 대목을 한 번 보자.

[일단 아프리카의 리듬을 파악하면 아프리카의 모든 음악이 그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동물에게서 배운 기술을 원주민을 상대할 때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카렌은 이런 사람이었다.  상기 대목은
양철준의 ‘피카소가 사랑한 아프리카’에서도 적절히 지적된 바 있다.  또 다음을 한 번 보자.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카렌의 인간관과 세계관에 대해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에 이른다.

[원주민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백과전서파들을 맞을 준비가 될 것이며,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나면 키플링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프리카라는 대륙(사실은 케냐라는 나라이지만)에대한 일방적인 환상과, 같은 이름의 영화가 누렸던 극찬의 평가에 대해 조소를 보낼 수 있게 되고, 카렌의 아름답지 못한 인간관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내리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책의 뒷편에 실린 옮긴이 민승남의 다음과 같은 글은, 읽기에도 그저 민망할 따름인 개그적 해설에 지나지 않는다.

[농장주와 소작민이라는 주종 관계가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우정이었으며…]


2008, 10/16일(木)  (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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