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인터넷 카페에서 연재하던 글을 모아서 묶어낸 것이라 한다.  나는 전혀 몰랐지만, 연재 당시 인기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

우선 이 책을 펼치기 전엔, 단기간의 여행 경험으로 펴낸 책들을 지금껏 많이 봐왔기에, 어떠한 기대도 ‘전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 나름의 매력에 젖어드는 데엔 많은 페이지 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글쓴이의 솔직함에, 시선이 계속 꽂혀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한 첫 느낌은 이런 것이다.

‘어쩜 이리도 글을 잘 쓸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책은 여행기라기보다는 마치 일인칭 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중국계 현지인과의 짧은 로맨스가 주요 줄거리이다.  그러니 마다가스카르 특유의 정보나 여행 경험을 간접적으로 얻고자 기대한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어설프게 아프리카를 들먹이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현지 상황을 설명하려 드는 책보다는 오히려 이 점이 낫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이상, 이런 식의 서술 방식을 택한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호감을 갖게 하는 무척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을 ‘배낭 연애기’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런대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렇다 보니, [Jin이 알려주는 주관적인 마다가스카르]란 부분을 집어 넣어 이런 저런 정보를 알려주려 한 것은, 책의 나름 멋진 분위기와 색깔을 흐려놓는 편집의 실수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이 부분은 없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아프리카 여행기를 쓰는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깜찍 발랄한 이 저자 역시 오리엔탈리스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공항에 내릴 때의 ‘아프리카적’ 상황을 미리 그려보는 것도 그렇지만,

[140 ; 합리적인 서양인들마저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라는 표현에 이르러서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는 서양인은 합리적이고 마다가스카르 현지인은 그렇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세상을 바라본다.  자신도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오리엔탈리스트로서의 일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만난 단편적인 아프리카 여행서적들 중에서는 가장 개성 있으면서도 재미난 책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럴 듯하게 경험을 포장하거나, ‘아프리카적’ 상황을 애써 드러내려는 어설픔이 없는, 솔직하고 깜찍한 글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여학생 한 번 만나 보고 싶을 정도로~.


2008, 5/17일(土)  (www.baobabians.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