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 외 지음,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남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 위치한 오카방고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영국에서 이주한 그 가족의 아이들이 쓴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아이들에 읽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비록 아이들이 쓴 것이지만, 이 책은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점 점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손엔 젖병을 손에 든 채로 야생의 치타 새끼를 어루만지고 있는 막내의 모습에서는 경탄마저 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만이 멋진 게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법을 아는 이 아이들은 대견하기가 짝이 없다.  닌텐도와 MP3를 끼고 살며, ‘얼음 나오는 정수기’를 ‘우리집’에도 사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멋지고 차원이 다른 아이다움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가 이 책에 대한 평을 쓰면서, 너무 잘 쓴 글인지라 어른들이 아이들 말을 대신 기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내용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 글은 분명 아이들이 쓴 것임에 틀림없다.  탁월한 선생님들을 통해 훌륭한 홈 스쿨 교육을 받은 이 아이들이라면, 이 정도의 글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자를 연구하는 부모를 도와 이룬 이 아이들의 연구실적도 대단하여,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일부는 여기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실에서 입시를 위해 단순 암기만을 지리멸렬하게 반복하였던 나의 억울한 청소년기와, 그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는 현재의 한국 아이들 모습과는 어쩜 그리도 비교가 되는지…

아이들의 부모가 각 각 이혼과 재혼을 몇 차례 반복하였기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다소 얽힌 관계가 읽으면서도 머리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점이 있긴 하였지만, 이 멋진 아이들의 뒤엔 멋진 아이들의 부모가 있었다

한가지 못내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영국에서 이주한 가정이 아닌 보츠와나 현지인 가정의 삶이 그럴 수 있고, 또 그런 삶이 기록으로 남은 것이었더라면 얼마나 더 환상적인 일이었을텐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의 아빠가 아플 때 헬기가 뜨는 등의 에피소드는 이들이 보츠와나 현지인이었다면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개의 재미난 구절을 소개하며 이 책의 소개를 마무리하고자 한다(나만 재밌나? -_-;)

[p 31 ; 바즈는 자기 엄마가 속력을 내어 차를 몰 때 불바에 타거나 차 지붕에 매달렸는데, 우리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차를 타면 누구나 다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영국에서는 자동차 여행이 대개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바즈가 보여주었듯이 훨씬 자유롭게 차를 탈 수가 있었다.]

[p 196 ; 전에 영국에 살 때는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호수에서 수영하면서 악어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숲속을 거닐어도 사자를 조심하지 않아도 되니, 이런 평범한 것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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