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젠 사라지고 없는 제도이긴 하나, 남아공의 ‘아파테이드 Apartheid’ 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아파테이드에 관한 많은 자료와 책들을 접해 보았다 해도, 사실 당사자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이해가 아닌 실감을 하기엔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감기 환자가 어찌 암 환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다면 조금은 더 환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당시 어린이들이 겪었던 일상 속의 사건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그들의 심정에 조금이나마 더 다가설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아프리카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난 십 수 년 동안, 무수히 들어왔던 말 중에 하나가 아프리카 사람들은 게을러서 가난할 수 밖에 없고 머리가 나빠 남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제가 한반도 식민지배 때 퍼뜨린 이야기와 똑같다.

설사 그러한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즉, 과거 남아공 내 비(非)백인들의 정치-경제적 처지를 그들의 무능함이나 게으름으로 돌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수 많은 노숙자들을 보며 그들의 무능함이나 게으름을 탓하기 이전에, 그들이 방치 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듯이, 남아공 흑인들의 처지를 ‘아파테이드’라고 하는 사회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저 막연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그 사회 구조적 원인을, 현지의 흑백 어린이들이 겪는 생활 속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돋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훌륭하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우 쉽게 쓰여진 책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특히 사랑하는 당신의 자녀들에게 이 책을 읽히시길…

올 여름, 지은이는 식민지 케냐에 관한 책도 출간을 했다고 하는데, 한국에도 이 책이 하루 빨리 번역되어 소개되길 기다려 본다.

2007, 8/29일(水)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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