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책상서랍속엔 몇줄씩 쓰다가 만 편지들이 있다.
문자로 몇마디 안부를 전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그들을 그렇게 잊고 싶지도 않고,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잊혀지고 싶지도 않은 마지막 노력같은 것이랄까....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마무리 하지 못한채
인사말만 쓰여진 편지들을 어제 꺼내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 편지들은 그들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나, 그들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라도 하면 어떻게든 인연의 끈을 잡고 있는 것 같은 스스로의 위안이였음을 깨달았다.
닿지 않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서랍에 넣어 둔 것은 편지를 받을 사람을 위함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기억하고 기억되고 싶었던 나를 위한것들이였는 지도 모른다.
2.
긴 시간 연락하지 못하고 지내는,지나간, 혹은 지나가고 사람들에게 서랍속의 편지는 절대 닿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려준 것은 나의 지나치게 현명한 친구였다.
"그러면 뭘해, 나에게 닿지 않는걸."
너무 오랫만의 통화, 너무 오랫만에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아마도 통화하는 동안 동그랗게 떳을 그녀의 이쁜눈.... 이 모든것은 그저 내가 적다가만 몇자의 안부로 대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였다.
3.
여기에 을 쓰는것은 단순히 모니터 안으로 내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나의 안부를 전하는 편지였고, 일상을 이야기 하는 수다스러운 통화였으며,
그렇게 그들에게 인연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같은 것이였음을 나의 현명한 친구는
단 오분여간의 통화로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동안 서랍속에 안부 몇자로 남아있던 전하지도 못했던 편지를 우체동 대신
이곳에 넣는 중이다.
4.
크리스마스를 너무 좋아하는 나의 지나치게 현명한 친구에게.
메리크리스마스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