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프라이드
매튜 워처스 감독, 이멜다 스턴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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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프라이드는 1984년 영국에서 일어난 광부 노조의 파업과 그들을 지지한 레즈비언, 게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연민과 공감에서 시작된 지지는 다름에 대한 거부감을 녹이고 더 큰 연대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얼마 전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한 진보 인사가 동성애에 대해 "동성애를 좋아 하지 않고 동성혼을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은 반대한다"라고 했다.

흔히들 이렇게 얘기한다. 네가 동성애를 할 자유는 인정해. 또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은 잘못 된거야. 반면에 나는 너희들을 싫어할 자유와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 반대할 자유가 있어 안그래? 우리는 서로의 자유를 간섭 해서는 안돼. 그 이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거나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계몽적이고 폭력적이야.

맞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유에 관한 중요한 원칙 한 가지를 알 수 있다. 나의 자유는 타인에 의해 제한 되거나 간섭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존 롤즈는 정의의 제 1원칙에서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각자는 모든 사람의 자유체계와 양립할수 있는" 에 해당하는 것이 앞서 얘기한 "서로 간섭 받지 않는 양립 가능한 자유"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앞선 발언에서 간과한 자유의 중요한 원칙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다. "유사한 자유체계" 또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가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각자는 평등한 자유가 보장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성소수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비교해서 평등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혼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우리 각자는 타인과 양립가능한 최대한의 자유를 평등하게 누려야 하는가? 존 롤즈의 위대한 아이디어를 하나 더 빌려보자.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둘다 그럴듯한 근거들이 있으며 어느 한쪽만 맞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획득된 형질이건 후천적 영향이건 중요한 것은 누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지의 베일 속에서 어느 누가 사회 계약의 내용 안에 자유의 제약 및 차별을 둘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해당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각자 생각은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약자나 소수자의 자유에 대한 평등한 권리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진보의 가치라면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화 런던 프라이드나 실제 1984년 영국에서 보여준 다름에서 기반한 연대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5월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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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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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짧게 한마디 해야겠다.

니노 이 개색~ -_-;;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볼 때 현실은 나(자아)와 세계로 양분할 수 있다. 둘 사이의 선명한 경계는 존재의 기본 원칙이며 인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주체인 나와 객체인 세계는 구분된다. 이 경계가 무너지면 나와 세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일원론적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는 거칠게 보면 유물론 혹은 실재론에 대비되는 관념론이라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릴라는 가끔 ‘경계의 해체’라는 현상을 겪는다. 사물이 진동하면서 형태가 망가지고 언어가 의미를 잃고 경계는 흐물거린다. 그럴 때마다 릴라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한다. 무명실처럼 잘 끊어지는 경계는 릴라로 상징되는 존재의 불안과 혼란을 의미한다. 견고했던 나와 세계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릴라 주위의 인물들, 특히 화자인 레누는 세계에 대해 굳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물은 실재하며 경계에 대한 의심은 추호도 없다. 반면 ‘잃어버린 아이’로 인해 실재와 현상에 대한 릴라의 의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그녀는 모든 흔적을 없애고 사라진다. 그러고는 60년 전 잃어버린 인형들을 레누에게 돌려준다. 마치 마지막 남은 실재인 것처럼.

세계가 릴라의 의식 안으로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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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 인류 최초의 신화, 신이 되려 한 인간의 서사시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켄트 H. 딕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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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인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그런데 신화 속 영웅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신에 가장 근접한 존재들이다. 영웅 길가메시는 죽음을 극복하기로 마음먹고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2/3가 신인 그였지만 다시 말하면 1/3은 인간이다. 죽음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지 혁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언어를 꼽았다. 특히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라고 했다. 허구에서 비롯된 개인적 상상은 타인과의 공유와 믿음으로 집단적 상상으로 증폭된다. 이는 거대 무리(사회)를 지탱하는 골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장편 서사시라고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집단의 상상, 즉 사피엔스 공통의 관심사인 삶, 죽음, 신, 불멸, 재앙, 욕망, 고난 등등에 대한 허구의 공유다. 집단적 상상으로 증폭된 이 이야기는 그 당시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우룩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을 것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담지 함으로 인해 현재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허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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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예능 - 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 23
복길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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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였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예능이다.” 이런 오그라드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광대하고 게으르게(?) 펼쳐지는 정말 웃긴 예능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아무튼 시리즈에 대한 익숙한 기대와 TV 예능에 대한 나의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에 지친 이성을 무장 해제시키고 읽는 내내 깔깔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웬걸, 날이 바짝 선 저자의 예리한 칼날에 이리저리 해체되는 예능 비평서를 읽게 될 줄이야.. 그렇다고 재미없진 않았다. 몇몇 이야기를 빼고는 대체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했고 가끔 피식거렸다. 그럼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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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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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 란 러시아의 문학 비평가 및 작가인 빅토르 쉬클로프스키가 개념화한 것으로 일상의 친숙한 사물이나 대상을 알고 있는 바가 아닌 낯설게 지각되는 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다. 세계에 대한 굳어진 인식은 정형화되고 단일한 자아로 수렴되며 이런 변하지 않는 자아에 대한 망상은 평생 우리를 괴롭힌다. 따라서 “낯설게 하기” 란 단일한 주체에 대한 신화를 거부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아에 대해 일깨워 주며 생의 감각을 좀 더 예민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언어로서 존재하는 인간이 언어를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문맹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쉬이 “낯설게 하기” 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외국 생활을 쓴 에세이는 늘 우리에게 그러한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작가가 중국에서 낯설게 지각하는 그대로의 감각을 명색이(?) 언어학자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아울러 그러한 지각에서 발화되는 삶과 역사에 대한 (수 없이 반복되고 변주되는 ‘같은’ 이야기들이 빠뜨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한 듯 느껴질라치면 끊어내는 미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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