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 지혜의 시대
김현정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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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CBS 라디오에서 ‘김현정의 뉴스쇼’를 진행하는 김현정 피디의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심야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뉴알못(뉴스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던 저자가 얼떨결에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화와 뉴스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신념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급적 균형 있게 어떤 사안을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청취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직접 쉬운 언어로 질문하려고 한다는 것, 또한 당사자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기 위해 애쓴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단점을 꼽자면 책이 좀 얇다는 거? 아니, 장점인가? ^^;;

사실이 곧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진실 또한 100% 객관적이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최소한 여러 가지 프레임으로 어떤 정보나 사안을 보는 것에 거리낌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의심과 오픈 마인드다.

“의심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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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게리 콕스 지음, 지여울 옮김 / 황소걸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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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1. 인간 현실에 대한 실존적 진실에 대한 이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본질은 존재에 부여되는 목적이다. 예를 들어 침대는 눕기 위해, 자동차는 타고 이동하기 위해, 음식은 먹기 위해(심지어 동물도 목적이 있다) 존재한다. 하지만 실존은 그러한 목적이 없다. 우리 삶에 정해진 의미나 목적 같은 것은 없다.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자유로운 우리의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나의 행동뿐이다.

2. 자기기만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기기만이란 자신이 어떤 것 즉 고정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즉자적),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허무주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 등이 있다.

3. 삶은 순간순간 완성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일치할 수 없는 상황-속-존재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의 진정성을 깨닫고 순간을 위한 삶이 아니라 순간에 완성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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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 : 덴마크 -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
김재훈 지음, 에밀 라우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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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의 나라 덴마크의 행복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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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 : 독일 -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
김재훈 지음, 조성복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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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재미있게 읽고 또 읽었던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생각나는 교양만화다. 그 책이 좀 더 객관적 사실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작가의 주관적 문제의식이 좀 더 반영된 느낌이다. 독일의 역사는 물론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면서 특히 통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다른 나라 편도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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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정확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 여름쯤 이었던 것 같다. 나는 교실에서 친구들과 당시 인기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대해 떠들어 대고 있었다. 아마 영화 속 타임머신에 대해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가능하네 마네 우격다짐식 토론을 벌이고 있었으리라. 그런데 멀리서 C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떼는 게 아닌가.

"저기... 근데 말이야..."

우리는 놀랐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한 반에 한두 명쯤은 꼭 그런 애들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인지도 잘 모를 듯한 존재감을 가진, 친구들과 말 한마디 나누는 모습조차 보기 힘든 아이. 딱 그런 친구였다. 짙은 눈썹과 덥수룩한 머리에 거뭇한 코밑수염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 애는 또래 아이들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어? 무슨 할 얘기 있어?"

신기한듯 한 친구가 말을 받았다.

"시... 시간 여행 있잖아? 음... 그게 꿈같은 얘기가 아니고 실제로 가능할 수도 있어..."

몇몇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봤다. 이 친구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도 처음 보는데 그 주제가 타임머신이라니.

"뭐?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한 아이가 소리쳤다.

"내가 설명할 수 있어. 어떻게 가능한지"

어느덧 쭈뼛거리는 말투도 사라졌다. 작고 나지막하지만, 말끝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낯선 호기심에 내가 물었다.

"어떻게?"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빛 때문이거든. 태양 빛이 사물에 부딪히면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돼서 튕겨 나온단 말이야 알지?"

"그냥 눈으로 보는 거 아니었어?"

다른 아이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빛을 통해서 보는 거야 빛"

"응 그래서?"

그가 내 대답에 반가운 듯 아예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반사돼서 튕겨 나온 빛이 우리 눈 안에 시신경을 자극해서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거란 말이야. 근데 눈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 빛은 어떻게 될까? 물체의 정보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 빛 말이야"

"빛이 물체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벌써부터 머리가 저릿하다. 확실히 이 친구는 우리와는 다르다. 쓰는 말이며 생각하는 수준까지.

"그래 정보. 색깔이며 형태며 질감까지. 그런 정보를 담고 있으니까 우리 뇌가 그걸 분석해서 세계를 재구성하는 거라고. 본다는 게 그렇게 작동되는 거야. 그렇다면 과거의 정보를 담은 빛을 우리가 볼 수만 있다면, 따라가서 관찰할 수만 있다면 과거를 볼 수 있는 거라고!"

어느새 그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까지 실렸다.

"빛을 보면 과거의 순간을 볼 수 있다고? 아니 근데 그 빛은 어디 있는 건데?"

"아까 일부는 우리 눈에 들어온다고 했잖아. 나머지는 우리를 지나쳐 일부는 계속 직진해서 지구 바깥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갔을 거고, 나머지는 산란돼서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거지. 이 세계를 가득."

"뭐? 여기 과거의 빛이 있다고? 그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고? 벌써 다 없어진 거 아니야?"

"광자는 질량이 없어. 그래서 공간을 점유하지도 않아.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사라질 수 있겠어? 단지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 사이에 포개져서 중첩되어 있는 거야. 계속 그 자리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그걸 어떻게 볼 수 있는데?"

"따라가야지... 빛의 속도로."

"빛의 속도로 따라간다고? 백 투 더 퓨처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게 아니고?"

"열역학 법칙에 의하면 과거로 되돌아가는 건 불가능해. 단지 볼 수만 있지"

"열 뭐라고?"

"그냥 그런 게 있어."

"아니 근데 우리가 어떻게 빛의 속도를 따라가서 빛을 본다는 거야?"

"물질은 불가능해. 하지만 의식이라면..."

"의식?"

"응. 어쩌면 그게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인지도 몰라"

"야! 수업 종 쳤어~ 선생님 오셨다!"

누군가 이렇게 소리치는 걸 듣고야 정신을 차렸다. 이게 다 무슨 소린가? 내가 꿈을 꾼 건가? 저 녀석이 살짝 미친 건가?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 빛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다. 세월의 더께 속에 모든 기억과 상상들은 뒤섞여 버렸고 그것을 표현해 줄 언어조차 믿음직하지 못하다. 한낮의 짧은 꿈을 꾼 듯 그날의 대화는 날것처럼 선명하다가도 입안의 솜사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기도 한다. 아주 가끔 나조차도 낯선 느낌이 드는 어느 여름날 창살 넘어들어오는 강렬한 태양 빛이 느껴질 때면 그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여전히 체념과 후회가 익숙하지 않은 일상에서 내가 디딘 이곳이 불안하기 그지없을 때, 과거의 빛이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상하리만치 묘한 안도감을 준다. 아직도 여기 존재할까?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내가 빛의 속도로 갈 수만 있다면, 이 공간에 흩어져 포개져 있는 그 빛을 정면으로 볼 수만 있다면 과거의 나를 볼 수 있을까? 늘 나른했던 일상의 희미함과 초등학교 시절 그와 나눴던 그때 그 대화까지 말이다.

 

-이 글은 김초엽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제목에 영감을 받아 쓴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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