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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ㅣ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평점 :
먼저 짧게 한마디 해야겠다.
니노 이 개색~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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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론적 세계관으로 볼 때 현실은 나(자아)와 세계로 양분할 수 있다. 둘 사이의 선명한 경계는 존재의 기본 원칙이며 인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주체인 나와 객체인 세계는 구분된다. 이 경계가 무너지면 나와 세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일원론적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는 거칠게 보면 유물론 혹은 실재론에 대비되는 관념론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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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릴라는 가끔 ‘경계의 해체’라는 현상을 겪는다. 사물이 진동하면서 형태가 망가지고 언어가 의미를 잃고 경계는 흐물거린다. 그럴 때마다 릴라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한다. 무명실처럼 잘 끊어지는 경계는 릴라로 상징되는 존재의 불안과 혼란을 의미한다. 견고했던 나와 세계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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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 주위의 인물들, 특히 화자인 레누는 세계에 대해 굳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물은 실재하며 경계에 대한 의심은 추호도 없다. 반면 ‘잃어버린 아이’로 인해 실재와 현상에 대한 릴라의 의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그녀는 모든 흔적을 없애고 사라진다. 그러고는 60년 전 잃어버린 인형들을 레누에게 돌려준다. 마치 마지막 남은 실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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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릴라의 의식 안으로 사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