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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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롭지 않나요!

죽은 남편이?!

혹시 점을 찍고 나타나는... 그런...?!

아무튼 소재부터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과연 진짜 죽은 남편이 돌아온 것일까...?

지금 누군가는 연극을 하고 있다!

죽은 남편의 얼굴을 기억 못 하는 여자.

자신이 죽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오늘, 남편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딱 5년 만의 일이다. 이제는 자유다. - page 6

남편의 사망 선고를 받은 날, 보험금을 받을 기쁨에 들뜬 '정효신'.

효신은 후배이자 연인(내연남)인 '이필주'와 한창 뜨거워지려는 참에 눈치 없이 휴대폰이 울리게 됩니다.

모르는 번호.

수신을 거절했지만 곧바로 다시 울리는 전화.

[정효신 씨 되십니까? 경기 북부지방 경찰청 남양주서 이윤세 경장입니다.]

"경찰청이요? 경찰이 왜 저를?"

[남편분 성함이 김재우 씨, 맞죠?]

"네? 그렇긴 한데......"

[김재우 씨를 찾았습니다.] - page 16

남편을 찾았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사실 그녀는 남편을 죽인 후, 애인 필중와 함께 가평 빌라에 시체를 유기했기에 경찰의 말을 믿지 못하는 효신.

경찰서로 오라는 말이 무섭게 들리지만 떨리는 몸을 이끌고 갔습니다.

"효신아, 정효신!"

아니 왜 시어머니까지 경찰서에 와 있는 것일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있으니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까 휴대폰을 통해 들었던 그 목소리.

이윤세 경장을 따라 간 청송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기에는 너무도 건강한,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남자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재우야!"

그를 보자마자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시어머니.

뭐?

재우?

잠깐, 저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이 알고 있는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경찰 등 모든 사람은 그를 재우로 인정하고...

할 수 없이 재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효신.

그렇게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김재우는 누구일까?

그의 흔적을 찾아 쫓아가는데 이미 자신보다 먼저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었고...

우발적으로, 정말 의도치 않게 남편을 죽인 것인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

이러다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떠는 효신.

그러다 자신처럼 그의 흔적을 쫓던 이를 만나게 되는데...

"정효신 씨입니까? 반갑습니다. 앉으시죠."

"무슨 일이시죠?"

"긴히 여쭤볼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업무 중이라서요."

"아, 네......, 죄송합니다. 혹시 박종대 씨라고 아십니까?" - page 502

그리고 건넨 사진 한 장.

말도 안 돼.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사건의 전말은 진실을 향해 맹추격을 하고 있었는데...

1권에서는 '효신'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그려졌고 2권에서 그려질 '재우'의 이야기.

얼른 이 사건의 끝을 확인하러 가야겠습니다.

숨 가쁘게 진행된 이야기.

어쩌면 뻔하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긴박한 진행 속도가 순식간에 몰입하게 해 주었고 살아남기 위해 혹은 복수하기 위해 서로를 속이고 배신하는 이들.

그 끝은 어떻게 그려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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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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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디킨스' '인간 감정의 마에스트로'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바로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에게도 『오베라는 남자』로 이름을 각인시킨 그.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 이어 '베어타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소설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만 읽은 독자라면 느낌이 사뭇 다른 '베어타운 시리즈'.

전작들에서 가슴에 곰을 품은 사람들의 희망과 감동이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눈물과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가장 어둡고 타는 듯한 아픔도

혼자가 아니라면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외로움과 불안의 시대를 지나는 우리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이 부르는 희망과 믿음의 찬가

위너 1




이 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관계, 의리, 빚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스링크와 공장, 하키팀과 정치인, 리그 순위와 돈, 스포츠와 일자리, 어린 시절 친구와 팀원, 이웃과 동료와 가족. 이곳 사람들의 끈끈함과 생존력은 이와 같은 것에서 비롯됐지만 이는 곧 서로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 page 15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막다른 곳에 내몰린 소도시 '베어타운'.

온 마을이 아이스하키에 매달리는 이곳은 과거의 영광도 하키로 이루었고 몰락도 하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오늘이 아닌 2년 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때는 2년 6개월 전 어느 겨울날, 파티에서 전도유망한 청소년 하키선수 '케빈 에르달'이 하키단 단장의 딸 '마야 안데르손'을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날 파티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태는 정치적인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돈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는 다시 끔찍한 배신의 봄과 여름, 폭력으로 가득한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고...

케빈과 그 가족은 이 도시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니, 아무도 그들의 귀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야도 수도로 건너가기까지 하면서 음악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거의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케빈의 절친이었던 '벤이 오비크'도 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사건'의 그들이 떠난 뒤에 남겨진 베어타운 하키팀은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항상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마을.

이제는 아무도 감히 꿈을 꾸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새로운 자본과 고집스러운 지역 사업가로 베어타운 하키팀이 일어서게 됩니다.

'아맛'이라는 열여섯 살짜리를 구심점 삼아 꾸리게 되고 베어타운 하키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일대에서 몇십 년 동안 본 적 없는 최악의 폭풍이 옵니다.

그건 폭풍에서 시작됐지

숲을 헤집어놓고 하늘을 덮고, 어른이 애를 때리듯 집과 마을을 공격합니다.

밖으로 나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임신한 아내가 산기를 느끼고 있어 조그만 차를 몰고 가는 베어타운의 한 남자.

근처에 구급차도 없고 숲길도 막혀 아수라장이 된 이곳에서 헤쳐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헤드의 조산사와 베어타운의 소녀가 이들을 돕게 됩니다.

사실 베어타운과 헤드는 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이 마을들을 가르는 유일한 경계였습니다.

이 둘은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는데 유니폼을 보더라도 베어타운의 유니폼은 곰이 그려진 초록색, 헤드의 유니폼은 황소가 그려진 빨간색으로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그 색깔 때문에 어디에서 하키 문제가 끝나고 다른 문제가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결정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는 두 마을 사이에 놓인 그 머나먼 숲속에서, 모두에게 최악으로 기억될 폭풍이 불던 날 밤에 태어난 사내아이의 이름. 사냥꾼의 딸이 구한 바람의 아이. 만약 그 아이가 하키를 시작한다면 아주, 아주 훌륭한 동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동화가 필요할 것이다. 동화가 있어야 장례식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 page 89

폭풍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자 정치가들이 나서게 됩니다.

"의회에서 하키팀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이 일대에 하키팀은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베어타운 하키팀을 해체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베어타운이 형이고 헤드가 동생이잖아요? 하키도 그렇고 재정도 그렇고 후원자도 그렇고 우리가 훨씬 월등하지! 그러니까 헤드 하키팀이 해체될 테고 그 뒤로 다른 모든 것들도 줄줄이 그렇게 될 거예요. 그 작업이 다 끝나면 베어타운은 대도시가 되고 헤드는 조그만 시골이 될 테니까 사무실을 옮길 수 있을 때 옮겨요. 조만간 그러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될지도 몰라!" - page 152

과연 이 마을의, 하키팀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다시 마야와 벤이가 돌아오게 됩니다.

왜 돌아온 것일까?

모든 궁금증은 2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는 책가방에서 조그만 볼펜을 꺼내 누나가 잠들어 있는 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조그만 나비를 그린다. 그런 다음 나가서 눈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날 때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든다. 그러자 어머니도 마주 손을 흔든다. - page 438

그들이 보여주었던 갈등과 혐오, 미움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여기 사는 우리의 이야기는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이야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따름이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제발 거기만은 아니길 바라는 바로 그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 page 323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른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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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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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있는 저분.

아마도 이 소설의 주인공일 것입니다.

저 등으로부터 뭔가 많은 이야기가 있을 듯한데...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이는 누구인가요?

"모리스 씨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_봉태규(배우)

이 말이 인상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모리스 씨가 전하는 이야기에 저도 귀를 기울여봅니다.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며

묵묵히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이야기

모든 인생에는 끝끝내 꺼내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

슬픔과 후회, 사랑과 기쁨마저도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2014년 6월 7일 토요일

오후 6시 25분

아일랜드 미스 카운티 레인스퍼드

레인스퍼드 하우스 호텔 바

84세 모리스 해니건은 바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다섯 번의 건배, 다섯 명의 사람, 다섯 개의 기억.

그는 숨죽여 혼잣말을 합니다.

"난 여기 기억하러 왔어. 지금까지 겪었고 다신 겪지 않을 모든 일을." - page 38

아일랜드 흑맥주와 위스키를 번갈아 마시며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다섯 명을 기억에서 불러내 그들에게 건배합니다.

애써 덤덤하게 털어놓은 그의 열등감, 수치심, 분노, 복수심과 다정한 마음과 연민의 감정, 뜨거운 사랑...

평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그였기에, 독백으로 읊조리기에 더 가슴 시리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난독증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어린 모리스 씨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형 토니.

그런 형 토니가 어린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면서 홀로 어른으로 성장한 모리스 씨.

형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건배사를 시작으로 어릴 적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자 평생 자신을 옥죄는 비밀이 될 사건에 대해 암시합니다.

하지만 나는 토니와 함께했던 세월에 감사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 아니겠냐? 나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나를 끌어주고 정신 차리게 해주고 무엇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토니가 아주 조용하구나, 아들아. 지금까지 내 귓가에 한마디도 속삭이지 않았어. 내 계획에 너무 당황해서 침묵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 page 98

어린 시절, 모리스 씨와 그의 어머니는 지역의 지주 휴 돌러드와 그의 아들 토머스에게 학대와 괴롭힘을 당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다투던 토머스는 실수로 가문의 보물인 에드워드 8세 금화를 창밖으로 떨어뜨리게 되고 이를 우연히 지나가던 모리스 씨가 몰래 주워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숨겼습니다.

금화를 분실한 토머스는 결국 아버지에게 버림받게 되고 이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서서히 풀어가게 됩니다.

구함

에드워드 8세 기념주화 1파운드짜리 금화, 1936년.

최고가 지불 의향 있음. 상태 무관.

희망 금액을 적어서 런던 피넬 웨이 3번지

토머스 돌러드에게 보내시오.

<국제 주화 수집가 잡지> 51호(1977년 5 - 6월) 개인 광고란에서

두 번째는 임신 팔 개월에 사산된 딸 몰리에게 건넨 건배였습니다.

격정적 슬픔으로 가득 찬 그의 이야기...

나는 네 엄마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야 했다. 아들아, 넌 절대, 절대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 마치 누가 내장을 양손으로 쥐고 최대한 세게 내 생명과 의지를 전부 짜내는 느낌이었어. 나는 세이디의 손을 부드럽게 치우고 우리가 만든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육체적 고통을 느꼈어. 그애는 정말 대단했어. 그 작은 아이, 우리의 대단한 몰리. 아이의 부드러운 뺨에 입술을 대자 몰리를 몰랐다는 슬픔, 알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슬픔에 몸이 떨렸다.

"정말 미안하다." 나는 아이의 귀에, 빳빳한 면 담요의 냄새에 대고 속삭였지. - page 111

세 번째는 아내 세이디와의 첫 만남, 아내가 사랑했던 노린에게였는데 여기서 금화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고 그 뒤...

난 세이디가 노린을 위해 평생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지만 세이디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구나. 세이디는 워낙 독립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가끔 세이디의 상처와 죄책감을 온전히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최대한 신경썼어. 하지만 일생의 절반은 바깥일-사업, 나의 제국-에 정신이 팔려서 집안에 뭐가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종종 잊고 말았다. - page 202 ~ 203

그리고 이어진 아들 케빈을 위한 네 번째 건배가 마지막으로는 가장 사랑한 아내 세이디를 위한 건배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상실을 몰라. 뼈에 달라붙고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마음 깊이 우러나는 사랑은 긴 세월에 걸쳐 다져진 흙처럼 꿈쩍도 안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사라지면...... 누가 억지로 뜯어간 것 같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낸 채 빌어먹을 고급 카펫에 피를 뚝뚝 흘리며 서 있는 거야.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은 채로, 한 발을 무덤에 넣은 채로 말이다. - page 264

끝내 꺼내지 못한 마음...

그러니까 아들아,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아. 좋으나 싫으나 이게 나야. 잘살아라, 아들아. 계속 열심히 삶을 일구렴. 넌 정말 잘할 거야. 그리고 고맙다, 케빈. 이 오랜 세우러 동안 나를 나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이것만 알아다오-네가 나를 필요로 하면 항상 네 곁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거라는 걸. 사랑한다, 케빈. 로절린의 손을 잡으렴. 이제 안녕. - page 326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사랑과 인생을 건 비밀이 그의 삶을 마지막까지 어떻게 직조하는지...

벅차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냥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 하에 묵묵히 살아갔던 그.

그 역시도 나와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가 아들에게

중요한 건 사소한 것이란다, 아들아. 사소한 것. - page 18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건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소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도 오늘은 흑맥주 한 잔에 잠시 떠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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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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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자 흥분되었습니다.

아마도 피부일 테고...

그 사이는 피가 슬쩍 비치는...!

무엇보다 이 소설은 출간 전임에도 이례적으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작가분이 경찰행정학을 전공하며 공부한 범죄 전문 지식을 책 속에 녹여내 생생한 현장감을 극대화했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섬세한 묘사는 마치 진짜 범죄 현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했다고 하니

두말하면 입이 아프지 않을까?!

"아빠는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마였고

나는 그 시체를 치우는 딸이었다."

먼저 사냥하지 않으면

그놈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메스를 든 사냥꾼



"안녕하세요. 형사과 강력팀 정정현 경위입니다."

새벽까지 일하느라 피곤함이 붙은 얼굴을 마스크 안에 숨기고 앞에 서있는 남자의 인상착의를 빠르게 살펴봅니다.

사복을 입은 젊은 남성.

이 더위에도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우고 예의 바르게 신분증 목걸이를 걸고 온 그에게 못마땅했던 법의관 세현에게

"새벽 4시 47분에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습니다. 사건 현장이 인근 주민들 왕래가 잦은 곳이기도 하고 변사체 상태가 워낙 심각해서......"

두 눈 가득 담기는 사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이상하게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든 세현.

낯설지 않다고 느낀 이유는 장기를 다 들쑤시고 신경을 잡아 떼어 늘려놓은 이 변사체가 유독 의과대 본과 1학년 여름방학 때 지겹도록 본 해부용 시체와 닮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어리고 현명하던 때 비슷한 사체를 봤던 순간이 기억 위로 스멀스멀 떠오르게 된 세현은 뒷걸음질로 부검실을 빠져나와 도망치듯 달립니다.

오래전 자신의 손에 목숨줄이 끊긴 사람이 살아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벅찬데, 그가 다시 살인을 시작했다는 결론에 이르자 누가 목구멍 끝까지 빵을 집어넣은 것처럼 숨이 막혔다. - page 33

물이 솟아나는 샘물이라는 뜻의 용천.

이름 그대로 일급수 하천을 끼고 발전한 평화로운 도시에 첫 번째 사체가 발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연쇄 살인 사건.

사체를 재단하고 실로 꿰맨 이 사건을 언론은 '재단사 살인 사건'이라 부르며 떠들썩한데...

세현은 단번에 눈치챘었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이 바로 과거 자신이 죽인 아빠 윤조균이라는 것을.

조균이 잡혀 살인자의 딸임이 밝혀지면 출세는커녕 법의관으로 일할 수도 없게 됨은 물론, 그전에 먼저 조균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기에 경찰보다 먼저 그를 찾아 죽이기로 다짐합니다.

정현은 이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어릴 적 보았던 살인범을 떠올리게 되며 과거 미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조용하게 사건을 묻으려는 강력팀 팀원은 그런 정현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정현 역시도 혼자서 사건 조사에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정현의 덤덤한 목소리에 세현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물어보세요."

"혹시 미제 사건에 대해 따로 숨기고 있는 정보가 있습니까?"

세현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헛웃음을 쳤다. 그에게 숨기는 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저는 서 과장님 믿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혹시나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저에게 먼저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왜 절 의심하세요? 전 형사님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 용서받겠다고 나대는 거 받아준 죄밖에 없는데." - page 243

오직 법의관 세현만이 정현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오히려 사건을 조사할수록 세현이 뭔가 숨기고 있으며 의심을 하게 됩니다.

세현이 진범을 잡고 싶다 했던 그 말은 진심일까?

연쇄 살인 사건과 세현은 정말 아무 상관이 없을까?

그리고 세현은 과연 비밀을 들키지 않고 정현보다 빨리 조균을 찾아낼 수 있을까?

조금씩 좁혀오는 이들의 접점.

그 끝을 향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죄책감을 가진 정현.

"경찰이 수사는 하겠지만, 이상하게 피해자가 계속 죽어도 범인은 잘 잡히지 않으니 기대하지 말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끝났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요." - page 159

21년 전 정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넨 이 말.

그래서 더 범인을 잡고자 한 정현의 모습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어릴 때부터 이미

나는 책임이 1그램도 들어있지 않은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을 참 좋아했는데 그때도 그랬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살기 위해 세진의 옷을 하나씩 빼앗아 껴입었다. - page 304 ~ 305

이런 생각이, 이런 마음가짐이 있었다니...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 가면을 쓰고 그들의 감정이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 이에게 우리는 '소시오패스'라 단언할 수 있을까?

먹먹히 남았습니다.

살인범의 정체를 밝히며 풀어나간 이 소설.

그래서 더 숨 가쁘게 쫓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화에선 얼마나 멋지게 그려질지 또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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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 에두아르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이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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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한국 욕쟁이(?) 부인이 미치지 않기 위해 쓴 '남편 보고서'를 읽었었습니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다만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

이보다 더 책벌레인 사람은 못 보았었고 무엇보다 이주영 작가님의 유머러스한 문체에 한껏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봄에 이들의 여행기를 읽었었습니다.

『여행선언문』

전작에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이었다면 이번엔 한 발짝 더 나아가 '여행에 미친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이었던 그.

그럼에도 이 둘이 삶의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 헤쳐가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 역시나 최강의 부부라 여기고 있었는데...

어?!

순간 제 눈을 의심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마침내, 기필코' 그와 이혼했다는 그녀.

놀라움은 잠시 뒤로하고 또다시 펼쳐질 유쾌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 속 사정을 알아보려 합니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여행선언문》을 잇는

유머러스하고 지적이고 가슴 뭉클한 프랑스 책벌레 완결결정판

"팔자가 더 세지고 있다. 기분이 좋다.

삶을 풍요롭게 누릴 능력도 세졌으니까."

오르부아 에두아르



아주 사소한 일조차 그에게 도움을 구하고, 그도 그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양 모든 걸 알아서 해 주면서 조금씩 무기력해진 그녀.

현실적인 생활 감각이 없어지면서 사고의 흐름조차 뿌연 안갯속에 묻히는 듯...

'나는 과연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복잡한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 에두아르가 말을 건넵니다.

"너와 함께 살면서 나는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아. 너는 나의 우울을 치료해주었어. 그런데 이번엔 네가 우울해진 것 같아. 나의 우울이 네게 갔나 봐. 정말 미안해..." - page 74

그렇게 이혼을 결정한 후 점점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게 된 그녀.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혼'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누구나 삶에서 겪을 수도 있는 일 중의 하나일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녀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변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꾸고자 이혼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향한 엄마의 말.

"내 뱃속에서 어떻게 이런 또라이가 나왔지?"

그렇게 '또라이' 본연으로 돌아온 이주영의 한결 더 유쾌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이혼은 결혼보다 더 축하받을 일이다!'

전작들을 읽었기에 읽으면서 '맞아! 그랬었지!'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그 무엇보다 이혼을 하게 됨으로써 '관계란 끊어버리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것'임을 증명해 보이는 이 둘의 요상한 로맨스는 결국 '나'라는 주체로 돌아옴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 그 이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

남편은 별것 아닌 일로도 창피하고 짜증스러운 존재다. 남사친과 애인과 남편 중에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남편인데도 말이다. 이 소중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창피함과 짜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남편을 남사친이나 애인으로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혼부터 하고 봐야 한다. 이혼이 장난이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앉았다 하겠지만, 나는 지금 정색하고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 page 90

평소 같으면 복장이 터져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고 했을 테지만 이젠 서로 웃음을 건넬 수 있는 여유를.

이는 아마도 나와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면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내게 소중해지면, 나의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에게 더 다정해질 수 있음에...

11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혼 파티는 3개월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이주영이 한국에 돌아가기 전 한번이라도 더 보자 파티'는 눈물과 위로 대신 유쾌한 웃음과 축복으로 가득하였는데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별에 대한 예의와 품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멀리 떨어뜨려놓았을까요? 지금 내 옆에는 미소처럼 감미로운 그녀의 목소리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로 전해오는 모든 단어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왜, 왜?

그녀의 말소리는 내게 후회라는 감정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그녀 안에 본질적인 것이 남아 있다는 연약한 확신을 던집니다. 삶이 아직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줍니다. - <우영에 대하여 by 에두아르> 중에서

좋은 사람과 행복해 보이는 그녀.

저 역시도 그녀가 '참 부럽다...'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의 주체성을 추구해야 함을...

나에 대한 예의를 위해 지금의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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