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 에두아르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이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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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한국 욕쟁이(?) 부인이 미치지 않기 위해 쓴 '남편 보고서'를 읽었었습니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다만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

이보다 더 책벌레인 사람은 못 보았었고 무엇보다 이주영 작가님의 유머러스한 문체에 한껏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봄에 이들의 여행기를 읽었었습니다.

『여행선언문』

전작에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이었다면 이번엔 한 발짝 더 나아가 '여행에 미친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이었던 그.

그럼에도 이 둘이 삶의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 헤쳐가고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 역시나 최강의 부부라 여기고 있었는데...

어?!

순간 제 눈을 의심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마침내, 기필코' 그와 이혼했다는 그녀.

놀라움은 잠시 뒤로하고 또다시 펼쳐질 유쾌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 속 사정을 알아보려 합니다.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여행선언문》을 잇는

유머러스하고 지적이고 가슴 뭉클한 프랑스 책벌레 완결결정판

"팔자가 더 세지고 있다. 기분이 좋다.

삶을 풍요롭게 누릴 능력도 세졌으니까."

오르부아 에두아르



아주 사소한 일조차 그에게 도움을 구하고, 그도 그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양 모든 걸 알아서 해 주면서 조금씩 무기력해진 그녀.

현실적인 생활 감각이 없어지면서 사고의 흐름조차 뿌연 안갯속에 묻히는 듯...

'나는 과연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복잡한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 에두아르가 말을 건넵니다.

"너와 함께 살면서 나는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아. 너는 나의 우울을 치료해주었어. 그런데 이번엔 네가 우울해진 것 같아. 나의 우울이 네게 갔나 봐. 정말 미안해..." - page 74

그렇게 이혼을 결정한 후 점점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게 된 그녀.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혼'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누구나 삶에서 겪을 수도 있는 일 중의 하나일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녀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변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꾸고자 이혼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향한 엄마의 말.

"내 뱃속에서 어떻게 이런 또라이가 나왔지?"

그렇게 '또라이' 본연으로 돌아온 이주영의 한결 더 유쾌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이혼은 결혼보다 더 축하받을 일이다!'

전작들을 읽었기에 읽으면서 '맞아! 그랬었지!'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그 무엇보다 이혼을 하게 됨으로써 '관계란 끊어버리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것'임을 증명해 보이는 이 둘의 요상한 로맨스는 결국 '나'라는 주체로 돌아옴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 그 이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

남편은 별것 아닌 일로도 창피하고 짜증스러운 존재다. 남사친과 애인과 남편 중에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남편인데도 말이다. 이 소중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창피함과 짜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남편을 남사친이나 애인으로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혼부터 하고 봐야 한다. 이혼이 장난이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앉았다 하겠지만, 나는 지금 정색하고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 page 90

평소 같으면 복장이 터져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고 했을 테지만 이젠 서로 웃음을 건넬 수 있는 여유를.

이는 아마도 나와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면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내게 소중해지면, 나의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에게 더 다정해질 수 있음에...

11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혼 파티는 3개월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이주영이 한국에 돌아가기 전 한번이라도 더 보자 파티'는 눈물과 위로 대신 유쾌한 웃음과 축복으로 가득하였는데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별에 대한 예의와 품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멀리 떨어뜨려놓았을까요? 지금 내 옆에는 미소처럼 감미로운 그녀의 목소리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로 전해오는 모든 단어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왜, 왜?

그녀의 말소리는 내게 후회라는 감정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그녀 안에 본질적인 것이 남아 있다는 연약한 확신을 던집니다. 삶이 아직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줍니다. - <우영에 대하여 by 에두아르> 중에서

좋은 사람과 행복해 보이는 그녀.

저 역시도 그녀가 '참 부럽다...'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의 주체성을 추구해야 함을...

나에 대한 예의를 위해 지금의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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