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의 속편.


벌써 세 번째 시리즈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아마 왕십리 CGV에서 봤던 것 같은데, 심지어 그 때 소개팅을 하고 두 번째 만난 날이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영화는 결코 소개팅에서 볼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폭력이 난무하고, 피가 철철 흐르는 선정적인 장면도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찝찝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왔지만, 이게 꽤나 흥행을 했다더라. 2편이 만들어지고, 이제 3편까지 나왔는데, 심지어 한국영화계 흥행성적이 굉장히 떨어진 요즘에서도 무려 천 만을 넘겼다. 물론 요새 관객 수 통계의 신빙성에 관해 말이 좀 있긴 하지만, 이건 꽤 많이 본 것 같기는 하다.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역시 마동석류 영화 특유의 피지컬을 사용한 시원한 한 방일 것이다. 영화 속 어떤 빌런과 마주하는 장면에서도 오히려 빌런 쪽이 걱정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결같이 마동석과 1대 1로 붙으면 칼을 들고 있던 총을 들고 있던 마동석이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또 마동석이 그렇게 한 방에 날려버리는 것들은 어지간히 나쁜 놈들이니까. 마치 마블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 신나게 상대를 때려눕히는 걸 즐길 수 있게 된다.




설정의 아쉬움.


워낙에 피지컬에 중심을 두고 우당탕탕 하는 영화인지라 이야기의 전체 짜임새 쪽은 확실히 아쉽다. 이 부분은 마동석류 영화 전반에 걸쳐서 두드러지는 포인트인데, 특별히 이 영화에서는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영화는 일본 야쿠자가 국내에 들여오는 마약을 중간에 빼돌린 경찰 일당이 빌런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에 또 뺏긴 마약을 되찾기 위해 일본에서 보내온 해결사까지 섞이면서 이야기가 좀 복잡하게 돌아간다.(그리고 빌런도 좀 약해 보인다)


시리즈 첫 편의 흥행은 마동석 뿐 아니라 윤계상의 악역도 큰 몫을 했다. 그가 연기했던 장첸이라는 인물은 악의로 똘똘 뭉친, 입체적인 캐릭터는 분명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주로 선역을 연기해 왔던 윤계상이 이런 역도 할 수 있었구나 싶은 놀라움과, 그 캐릭터가 저지르는 악행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던 점이(이런 영화를 소개팅 상대와 봤으니..) 눈길을 끌었다.


사실 마동석류 영화는 범죄도시 시리즈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틀로 찍어 내듯 비슷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범죄도시만큼 흥행을 거둔 영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배경이 가정사(성난 황소), 학교(동네사람들), 조폭(악인전) 등으로 다양했지만, 경찰도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오직 주먹 하나로 풀어낸다는 설정 자체가 뭔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부족한 설정을 돌파하는 중요한 도구가 인상적인 악역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이번 편에는 그 부분도 좀 부족했다. 뭐 그래도 천만을 넘겼으면 된 건가.




현실이 더 해.


나쁜 놈들을 주먹으로 펑펑 날려버리는 형사가 정말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마도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흥행 포인트일 것이다. 이건 최근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복수 콘셉트의 영화나 드라마가 유행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여기에는 온갖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일이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다는 현실이 배경일 것이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세금을 탈루하고, 검사들은 특활비를 빼먹고도 누구 하나 사과를 하지 않는 수준이니, 이런 상황이 단시간 내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당연히 이런 종류의 영화도 앞으로 한 동안은 인기를 끌 것 같고. 온통 빌런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그 중 하나씩만 골라 시리즈를 만들어도 100편까지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ㅋ


물론 아직까지 이 시리즈에서 빌런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권력의 상층부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온 깡패나 동남아시아에 활동하는 폭력배가 1, 2편이이었고, 이번엔 경찰까지는 올라갔다. 과연 더 올라갈까? 뭐 이 영화가 애초에 사회고발 영화가 아니었으니 그렇게까지 갈 지는 확실치 않지만, 결국 그렇게 가다보면 마석도도 급 낮은 나쁜 놈들만 때려잡는다는 한계가 두드러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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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09-24 0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동석의 입지야 확실하고 1편 윤계상의 장첸을 능가하는 아니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찾아내느냐가 향후 포인트일것 같아요

노란가방 2023-09-26 13:40   좋아요 0 | URL
네 완전 동감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실점의 95퍼센트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축구의 기본을

수비수들이 최소한 5차례 이상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수비수가 되는 조건 중 하나는

축구의 기본, 그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평범함에 있습니다.

스포츠에도, 우리 삶에도 기본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 이영표, 『말하지 않아야 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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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 청소년 철학창고 13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정은주 옮김 / 풀빛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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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고전 중 하나인 “고백록”의 요약본이다. 책의 기획에 따르면 청소년들을 위해 말을 쉽게 풀고, 내용을 축약해 놓은 듯하다. 시리즈의 제목은 “청소년 철학창고”인데, 기초적인 철학서 읽기를 위한 시리즈로 보인다.


청소년들에게 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 다만 그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라면 적절할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긴 한다. “고백록”이라는 책 자체가 꽤 깊은 수준의 기독교적 사유가 담겨 있는지라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을까 싶은 우려에서다.


또 어디까지나 “철학 서적”으로 이 책을 편집하고 소개하려는 번역자와 기획자들의 생각은 오히려 이 책의 본질을 조금은 왜곡시키는 느낌도 주는 듯하다. 예컨대 이 책을 풀어쓴 정은주는 “고백록을 찬찬히 읽다 보면 종교는 여럿이어도 진리는 하나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거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리를 밖에서 찾지 말고 자기 안의 영원한 빛을 찾야아 한다”는 말을 내 안의 부처를 발견하라는 불교의 주장과 들어맞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적어도 철학에서는 종교의 색을 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고백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자신의 성장기를 회고하면서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앞부분과 기독교 신학자로서 창조주와 피조물 인간 사이의 바른 관계를 설명하는 후반부가 그것.


전반부는 일반적인 간증의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된다. 젊은 시절 특히 성적 유혹에 취약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연녀와 함께 동거생활을 시작하며 자식까지 낳았다. 물론 이런 행동은 이민족들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었던 서로마 말기 당대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있는 관행이었지만, 되돌아보면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이 점이 늘 마음 한 쪽의 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야기는 방탕한 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회심한 이야기가 아니다. 수사학 교사로 성공을 하고자 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세상의 근원과 같은 철학적 진리를 탐구했고,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한 끝에 결국 기독교에서 지적 해답을 얻었다.


책의 후반부는 확실히 조금 어렵다. 주로 창세기 1장에 해당하는 창조에 관한 논의들인데, 눈에 띄는 부분은 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은 창조의 방식에 관한 특정한 견해를 절대적으로 옹호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창조주와 다른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인지능력이 가진 한계를 깊이 인정하고 있었던 아우구스티누스로서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지 않았나 싶다. 그에 비해 오히려 어쭙잖게 아는 이들이야 말로 특정한 견해를 유일한 견해인 양 맹신하지 않나 싶고.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이다. 다만 분명 현대의 글과는 다른 느낌인지라(고전이 다 그렇지 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살짝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이 글을 비종교(기독교)적 맥락에서 단순히 교양 수준으로 읽는 건 확실히 좀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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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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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지만 오히려 영국을 비롯한 서양에서 좀 더 유명한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신작이다. 제목이 독특한데, 경제학 하면 온갖 통계와 그래프, 수치들이 잔뜩 등장해 보기만 해도 어렵게 느껴지는 영역이라는 선입관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나 역시 그 중 하나다) 좀 더 편안하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다.


저자는 각각의 장을 하나의 식재료 소개로 시작한다. 머리말에서는 ‘마늘’을, 그 외에 멸치, 소고기, 바나나, 고추, 딸기 같은 익숙한 재료부터 오크라, 호밀, 향신료와 라임 등 조금은 이색적인 재료들까지 등장한다. 각 재료들과 관련된 자신의 요리법이나 추억, 그리고 역사가 간략하게 언급된 뒤, 그와 관련된 경제학 원리를 소개하는 식. 덕분에 전체 이야기가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책의 내용은 저자의 앞선 저작들과 유사하게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비판 내지는 보완적 주장을 담고 있다. 자유 시장과 경쟁이 경제 번영을 이끈다는 신화가 역사적으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물론 앞서도 언급했듯 이 내용이 너무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입만 열면 ‘자유’, ‘시장’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이 말하는 자유라는 건 매우 좁은 개념으로 “기업이 가장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을 만들고 팔 수 있는 자유, 노동자가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자유 등에 한정”(74)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런 종류의 자유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여긴 나머지, 그런 자유만 보장해 준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독재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보다 경제적 번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심지어 그렇게 해서 정말 경제가 발전되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확신범들이다.


그들은 역사 왜곡도 마다치 않는다. 세계의 경제 발전이 자유시장경제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처럼 선전하지만, 실은 역사적으로 경제발전을 크게 이룬 나라들은 보호무역 정책을 통해(170), 그리고 많은 경우 제국주의 정책으로 식민지를 착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발전을 이뤘다(66).


나아가 기본적으로 돈이 가장 중요한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원칙과 모순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민영화 논리다. 저자는 이 논리를 ‘1인 1표’라는 민주 사회의 원칙을 축소하고 ‘1원 1표’라는 시장논리를 확장하다는 주장이라고 말한다(35).


저자는 경제발전에는 산업화, 그 중에서도 탄탄한 제조업 분야가 필수적이라고 여긴다(107). 그런데 이 일을 위해서는 단순히 “자유 무역”과 “시장”, “경쟁”만 주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 정책적인 육성과 보호가 필요하다(118). 또, 국가의 적절한 경제정책의 영향은 다른 요인에 비해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59).




전반적으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내용이다. 하지만 경제학의 영역에서도 합리성과 사실에 대한 적절한 분석 보다는 일종의 신앙과 비슷한 로직이 작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유로운 시장을 위해 독재자를 지지하거나, 경제정책이 자신과 다르다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는 식의 만행을 저지르는 소위 ‘자유주의자들’의 모습을 보면 꼭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우리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다만 우리나라의 현 정부가 과연 이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을 갖고 있는지 미심쩍다. 1년 넘게 정권을 잡고 국가경제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고작 해 놓은 일이라고는 대기업의 법인세를 줄이고, 국가의 재정지출을 규모를 축소하는 식의 고전적 시장주의자들이나 할 법한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니까.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경제학적 분석은 신화(잘못된 믿음) 또는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왜곡된 방법으로 취합된 ‘사실’ 또는 의문의 여지가 있거나 노골적으로 옳지 않는데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가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한 분석이라면 그 결과 나오는 경제학 ‘요리’는 잘해야 영양가 없는 음식이고, 잘못하면 몸에 해로운 음식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옳은 지적이다. 상한 재료를 가지고 좋은 음식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에 실력 자체도 서툰 요리사가 재료를 다룬다면 음식을 망칠 가능성이 더 높아질 테고. 우리 경제는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아주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다. 경제 전반에 관한 기초 상식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다만 저자가 애써 소개하고 있는 식재료와 그 장에서 설명하는 경제이론이 늘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좀 무리하게 이어붙인 듯한 느낌이랄까. 뭐 이 정도야 그냥 이야기의 재미있는 도입 정도로 여기고 넘어가도 그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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