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였다. 여성 한 명이 평상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숫자는 23만 명이었다. 2000년 중반만 하더라도 40만 명이 태어났으니 불과 20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수치다. 언론에서도, 정부에서도 이 수치들을 들먹이며 큰일이 났다고 말을 하는데, 정확히 어디서부터 우리에게 문제가 생길까?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 집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는 우리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입시를 보자. 교육부에서는 2028년도 대학 입시부터 현행 9등급 구분을 5등급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도 폐지된다.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올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인구다.
현행 9등급 제도는 매년 65만 명 이상 태어나던 8, 90년대 태어난 학생들을 위해 만든 제도다. 이미 그 수가 1/3로 줄어든 상황에서 그대로 제도를 둔다면, 2023년생들의 대입은 상위등급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이를 미리미리 조금씩 조정하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물론 이건 정부 부처만이 아니라, 개인도, 기업도 미리 계획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인구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취업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즈음 청장년들과 달리, 저자는 당장 내년인 2026년부터는 상황이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은퇴자들의 숫자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년 간 90만 명이고, 그 후 5년 동안에는 80만 명이 더 감소한다고 한다(이건 인구 통계에 기초한 결론이라 별다른 변수가 없다). 즉 9년 동안 180만 명의 노동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말인데, 현재 고등학생들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2030년대 초반에는 지금과는 달리 오히려 기업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이다.
물론 단순히 숫자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질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해 특히 연구개발 인력 부족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른바 대학원 랩에서 밤낮 연구와 실험을 하며 길러지는 인력인데, 사회에서도 충분히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연구실에 남아있을 동기가 부족해지기 때문.
책에는 다양한 직업군, 직종들에 이 인구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언급된다. 특히 변호사와 의사들. 지금은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미래에도 그럴까? 다른 기술적 발전들을 차치하고 인구문제만 두고 보면 지금의 모습으로 계속 성장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아무래도 분쟁의 수(변호사의 밥줄)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고령자가 많아지면 병원의 수요가 늘 것 같지만, 이제 은퇴하는 연령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건강에 더 일찍부터 신경을 쓰던 세대라는 점은 또 변수다.
책 후반에는 미래 세대인 잘파 세대에 관한 언급이 많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가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이 책의 내용도 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보통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청년 세대가 노령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전망만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그런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다.
저자가 보는 우리나라의 잘파세대는 글로벌 문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그리고 쥐고 있는) 세대다. 곧 다가올 구인구직 상황의 역전을 맞아 오늘날과 같은 초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출산율도 다시 얼마간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물론 애초에 출산 가능 인구 자체가 너무 줄어버린 상황에서 출생아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이지만)
또 하나 흥미로운 접근은 Z세대부터는 수도권에 집중해서 거주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지 않겠느냐는 관점이다.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되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주거는 수도권이나 한두 개의 대광역권에 살지만 그 이외 지역에도 자유롭게 문화와 여가 등을 즐기며 다닐 수 있도록 교통망이 확보되면 지방도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금은 나이브한 것 같기도 한) 이야기다.
작은 책이지만, 인구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고민들, 그리고 관점과 전망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무슨 복잡한 사회학 연구서들처럼 깨알 같은 각주도 없고, 몇몇 도표나 그래프가 나오지만 딱 보기 쉽게 정리된 정도다. 당연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로드맵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한 번 읽으며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우리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최신의 고성능 전자책과 기술적 혁신을 쥐어주면
오히려 자신이 읽은 것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창의적 오프라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동기화와 시간을 박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중에서
이제 충분히 알았다 싶은 주제가 있다. 책도 어지간히 읽고, 관련된 논의들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주제다. 그런데 이쯤해서 착각하기 쉬운 게 하나 있다. 내가 그렇게 잘 아니, 다른 사람들도 다 알 거라는 생각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근 20년 넘게 신학과 신앙 관련 책들을 읽어오다 보니, 종종 하는 실수다. 정작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 이 부분이 설명이 필요한 주제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적지 않다. 실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이 책의 주제도 그런 내용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이른바 소명에 관한 내용이다.(바로 얼마 전에도 관련 책 하나를 리뷰한 적이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이 책은, 익숙한 주제들을 반복한다. 일과 쉼(안식), 성속 이원론의 부정,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일 같은.
어떻게 보면 이 주제에 관해 더 말할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다 아는 것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책상머리에서 아는 것과 실제 그 현장에서 아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 여러 크리스천 사업가들과 만나 교제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이 주제가 정말 실존적인 문제다. 그리고 여전히 이 주제에 관한 설명과 간증과 격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론만 건조하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좋은 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선배들과의 만남도 중요하다. 물론 그런 만남이 늘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지만. 대신 좋은 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일단 저자의 이름부터가 어느 정도 신뢰감을 주는데,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들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주제를 전개해 가는 방식이 참 매력적이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6장 “부의 관리자”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부라는 것이 “어떤 과정에서 부패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저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 아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우리가 받고 쓰는 돈은 어떤 악과 관련되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위 패스트 패션의 유행 가운데 가볍게 입고 버려지는 옷은 동남아시다 어느 빈곤층 가정의 아동이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며 생산해 낸 것일 수 있고, 우리의 휴대폰 속 희토류 광물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반군이 장악한 곳에서 노예 노동으로 생산된 것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일하는 부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내 일의 사슬 중 어느 단계에서 부정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그리스도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예시도 가능하다. 여전히 세계 어느 지역에서는 지역 관리에게 소정의 뇌물을 주지 않고서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있다. 그런 지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는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더구나 그가 그 지역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저자는 이런 상황들까지 두루 고려하면서 어떻게 신앙과 일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풀어놓는다. 어느 것 하나 교조주의로 풀어갈 수는 없는 문제와 질문들이고, 저자 역시 단순한 지침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신학적, 신앙적 조언이 필요하고, 이 책은 여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다시 한 번 책 내용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제적인 상황과 고민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책은 혼자 읽기 보다는 함께 읽으면서 대화를 하는 데 더 알맞은 책이다(마침 각 장 말미에 질문이 몇 개씩 붙어 있다). 역시 믿고 보는 존 레녹스.
아브라함 카이퍼의 칼빈주의 강연 2장 읽기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개혁주의 신학에 기초한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주제입니다.
개혁주의, 칼뱅주의 참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교회가 개혁주의적으로 운영되는지에도 그런 관심을 두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