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수수께끼가 사람의 해답보다 더 만족스럽다
G. K. 체스터턴 지음, 이은진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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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인가 고백(?)했던 것처럼, 체스터턴의 글을 본격적으로 읽고자 했던 건, 그의 글이 C. S. 루이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걸 알고 나서였다. 물론 어린 시절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아바서원에서 나온 두 권의 책을 보면서 확실히 내공이 상당한 작가라는 걸 깨닫고는 어서 또 다른 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체스터턴이 다양한 자리에서 썼던 글 중 인상적인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책 표지에도 아포리즘이라고 적혀 있는데, 물론 그 말처럼 아주 짧은 한두 문장만 실려 있는 페이지도 있지만, 한 페이지 가득한 글들도 있어서 정확히 아포리즘이라고만 부르기엔 살짝 어색하다. 하지만 그런 이름표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책에 실려 있는 내용만 좋으면 그만이지.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았을 때부터 확실히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이 온다. 연신 손에 들고 있는 포스트잇을 붙여대다 보니 금세 떨어져 버렸다. 세상에 관한 탁월한 분석과 적당한 비판적 거리감, 그리고 깊은 신앙적 통찰까지, 체스터턴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앞서도 언급했던 체스터턴의 두 권의 책(“정통”, “영원한 사람”)이 어느 정도 그의 글쓰기 방식의 특징들(짙은 반어적 유머 같은)을 이해하고 나서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는 진입장벽 비슷한 게 있다면, 이 책은 그런 것 없이 체스터턴이라는 인물의 생각을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책의 긴 제목은 여기에 인용해 놓은 한 글 속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일단 확실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 싶긴 하지만, 너무 길긴 하다. 그래도 또 생각해 보면 은근 책 전체를 엮어낼 만한 부분도 없지 않아 느껴지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나면 자연히 체스터턴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추리소설류를 제외하면 겨우 세 권쯤만 보인다. 루이스의 책을 모두 읽고, 반복 읽기를 계획하고 있는 이즈음, 괜찮은 광맥을 발견한 광부가 된 느낌이라 살짝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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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갖는 것을 꼭 사치와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취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왠지 특별하게 누린다는 뉘앙스를 풍겨 오해를 사지만,

취향은 말 그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다.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고급 취향만이 취향은 아닌 것이다.


- 이재영,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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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가 읽어주는 성경 - C.S. 루이스의 원작 소설에 숨겨진 성경 이야기
크리스틴 디치필드 지음, 김의경 옮김 / 크림슨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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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니아 연대기”는 다양한 해석을 하는 맛이 있는 책이다. 어떤 독자는 판타지 문학의 한 종류로 즐길 수도 있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기독교 교훈에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문학 작품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너무 교훈에 집중하는 건 문학을 문학으로 읽는 방법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 작품에서 성경과의 연관성을 외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루이스 자신이 이 책을 하나의 알레고리로 쓰지 않았다고 말하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그가 가지고 있던 기독교 신앙이 묻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거고. 사실 “사자와 마녀와 옷장” 같은 책 속에 등장하는 아슬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십자가 위의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하긴 한다.



내 책장에 꽂혀 있는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들에도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이 책이 갖는 기독교적 함의에 대해 반드시 언급하는 편이다. 크림슨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출판사에서 나온(놀랍게도 이미 이 출판사에서 나온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또 다른 해설서가 내 책장에 한 권 있었다!) 이 책도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 아니, 그 중에서도 성경과의 연계에 집중한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나니아 연대기 7권의 책들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주요 사건들과 관련된 성경 구절을 인용해 덧붙이는 식이다. 책 제목처럼 나니아 연대기와 성경 읽기를 밀접하게 연결시켜 놓은 형식이다. 무슨 심오한 해석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또 직관적으로 딱 의도한 내용만을 정확하게 담아냈다.



애초에 책의 방향성이 명확하기에, 이 책의 쓰임 역시 분명할 것 같다. 나나이 연대기의 각 장면을 성경과 연결시켜주기 위해서 이 책을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문학은 문학으로 읽는 게 우선이니까.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 작품을 가지고 설교를 하려고 한다면? 또, 문학을 읽은 후 해석의 차원은 언제나 넓게 열려 있으니까, 그 한 쪽에 분명 자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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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처럼 우리 인간도,

짝짓기 시즌에 젊은 새들이 잔뜩 깃털을 뽐내고 다니는 건 매우 자연스럽지요.

그러나 현시대는 모든 새들을 가능한 한 빨리 그 시기로 몰아넣고,

가능한 한 오래 머물게 만들려 해서 문제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시기도, 가장 행복한 시기도,

가장 순수한 시기도 아닌데

어리석고 가련하게도 어떻게든 연장해 보려다가

다른 시기가 지닌 참된 가치들을 그만 다 놓치고 마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 여기에는 상업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컷이든 암컷이든 가장 구매 저항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바로 깃털을 뽐내는 시기거든요.


- C. S. 루이스, 『루이스가 메리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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