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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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김무성 선대위원장의 폭탄발언으로 선거가 끝난 후 1년 가까이 큰 혼란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할 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1년 넘게 정쟁을 일으키며 온갖 코미디를 만들어냈던 문제는, 결국 국가정보원장의 결단(?)으로 전격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상식적인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 읽으면) 그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었지만, 사실이 아니면 정계은퇴를 하겠다던 정문헌씨는 여전히 국회의원질을 잘 해먹고 계신다. 문제는 상식적이지 못하거나, 그 대화록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바빠서 그 전문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거짓 주장을 진실이라고 우기며 믿고 있다는 사실.

 

     이 책은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으면서 말은 참 많은 바로 그 문서, ‘대화록’을 중점이 되는 사항별로 하나하나 뜯어 분석해 보는 책이다. (물론 그에 앞서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유출한 범죄자들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작업이 선행되기도 한다.)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통일과 관련되어 정말로 가지고 있었던 비전이 무엇인지를 더듬어 보고, (아쉽게도 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모든 게 망가지긴 했지만) 그 대화에 담긴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아울러 생각해 보게 만든다.

 

 

2. 감상평 。。。。。。。

     지금은 세월호 사건으로 다 묻혀버리긴 했지만,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로 한 동안 이슈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통일의 경제적인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려는 수사였던 것 같다. 앞서 말한 남북정상대화록이라는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유출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공작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 치고는 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문제는 그 후속조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것.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실제적인 노력이나 의지, 비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끊임없이 ‘니들이 손발 묶고 나오면 우리가 잘 해줄게’라는 먹히지 않을 소리만 반복하는 동안 아시아의 악동은 보스 놀이에 점점 더 심취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노무현 이라는 인물이 남북관계 문제와 관련해서 얼마나 깊은 이해와 통찰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게 된다. 사태를 늘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인 정치인들의 거짓된 혀가 아니라, 요새 자주 사용하는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팩트(fact)를 가지고 설명하니 이해하기 더욱 쉬웠다. 그저 경찰 동원해서 국민들 사찰하고 억누르기 바쁜 반면 뒤로는 세금 동원해 친인척들, 재벌들 배불려주기 바쁜 대통령들과는 차원이 다르달까.

 

     물론 북한 정권의 엘리트들이 인민들의 삶보다는 자신들의 안전을 더 먼저 생각하는 집단인 건 분명해 보이지만(뭐 우리나라는 다르고?), 적어도 협상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들의 기분이 어떤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탁월한 언변의 소유자로서의 충분히 능력을 발휘했다. 역대급의 형편없는 후임자만 아니었다면, 이 대화는 남북관계에 있어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중요한 발을 내딛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아쉬운 부분.

 

 

     그리고 또 하나. 그에게 유시민이라는 동지가 있었다는 건 큰 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남기더라도, 치졸하고 비열한 정적들의 흑색선전과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패거리들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면 그걸 바르게 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터. 유시민이라는 타고난 말재주꾼이 열심히 그가 한 일의 진의를 알리는 건 비록 사후지만 조금은 위안이 되는 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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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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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몇 해 전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다뤄졌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일이 있었다. 일본에 있던 ‘조선학교’에 대규모 시위대가 난입해 수업 중에 있던 학생들을 위협하고 행패를 부렸던 일과, 후지TV 앞에 역시 엄청난 수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지 말라고 시위하던 모습이 그것이다. 이 두 시위는 모두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라는 광기어린 집단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프리랜서 기자인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재특회를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하기로 결심하고, 그 수장인 사쿠라이 마코토를 비롯한 상당수의 회원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했다. 그리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시위 현장에 나서면 쌍욕과 노골적인 인종비하, 거친 행동들로 점철된 재특회 회원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장과 직장인, ‘이웃사람’이라는 걸 알고 놀란다.

 

     책은 재특회에서 주장하는 ‘재일 코리안(주로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일본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조선’ 교포들의 후손들을 가리킨다. 당시는 아직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기 이전)’의 특권이란 허구에 불과함을 밝힌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일본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장되는 권리이자,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도리어 그들의 생활이 평균적인 일반인들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물론 재특회는 이런 ‘논리적인’ 설명은 인정하지 않는다)

 

     갈수록 폭주하는 재특회의 모습에 실망하던 여러 사람들은 탈퇴하기 시작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폭력적인 재특회 영상을 보고 손쉽게 클릭 몇 번으로 신입회원이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런 현상들의 이유로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인정에 대한 욕구, 유사가족 형태의 조직으로부터 얻는 안정감 등을 꼽으면서도, 그들이 여전히 ‘우리 이웃’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노력한다.

 

 

2. 감상평 。。。。。。。   

 

     최근 우리나라에도 재특회와 비슷한 성격의 집단(?)이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딱지를 붙이고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을 퍼붓지만 대개 현실세계에 드러내기를 주저한다(물론 자칭 ‘인증’이라는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얼굴이나 이름은 가린다). 소아강간, 근칭상간, 폭력처럼 가증스러운 일들을 찬양하거나, 쿠데타를 일으키고 수많은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구금, 고문, 살해한 이들을 경외하는 등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베다.

 

     처음 이 책을 든 것도 ‘일베’라는, 도대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확실히 두 조직은 비슷한 면이 상당히 있었고, 그들의 심리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기들이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로 생각하는 영웅주의적 착각, 자기 논리는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는(그래서 누군가 반론을 제시하면 독설부터 내뱉는) 독선과 약자에 대한 공격을 통해 만족을 얻는 새디스트적 심리 등등.

 

     그 이면엔 일본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전반을 감싸고 있는 깊은 불안감과 낙오의식 등이 깔려 있었다. 어떤 면에서 재특회나 일베란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중들의 희생양을 찾으려는 심리가 인간 본연의 ‘비열함’과 ‘증오’와 결합해 기형적으로 반영된 배설물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재특회의 경우) 말도 안 되는 말과 문장들을 쏟아내곤 상대가 어이없어 말문이 막히면 그걸로 상대를 ‘논파’했다고(얼어 죽을 논파는 무슨.. 애초부터 제대로 된 논리 따위가 없는데) 의기양양하게 서둘러 논의를 끝내버리는 일부 일본인들의 수준 이하의 사고방식도 한몫했을 거고.

 

     재특회의 모습에서 일베의 미래도 엿보게 된다. 아직은 현장까지 나와 집단행동을 벌이지는 않고 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끊임없이 폭주만을 계속하다가는 사람들의 혐오감만을 이끌어낼 뿐이다. ‘증오’는 뭔가 새로운 걸 건설하는 데 사용하기에 적절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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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 조세피난처의 원조, 스위스 은행의 비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홍기빈 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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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요약     

 

     세계적인 조세피난처이자 돈 세탁의 중심지인 스위스의 금융시스템을 고발하는 책. 기업이나 개인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반출한 자금은 물론, 국제적인 마약상들이 사람들의 몸과 영혼을 파괴하며 긁어모은 돈이나 부패한 독재자들이 국민들로부터 훔쳐낸 돈까지도 가리지 않고 받아 관리해 주는 상황. 이를 제재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협박과 린치, 그리고 무엇보다 합법적인 반대를 통해 저지시켜버리는 스위스의 암담한 상황에 관한 묘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우선적으로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스위스 특유의 느슨한 연방제다. 범죄 수사마저 각 주 정부에 속한 수사판사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어서 중앙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고, 그 수사판사들은 주 의회의 추천으로 임명되니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당별로 할당된 각료들로 구성되는 연방정부는 제대로 된 통제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으니 법무장관이나 검찰의 수장마저 은행가들과 커넥션을 갖고 (돈 많은) 범죄자들이 자국을 활보하게 놔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애초부터 견제할 야당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평온한’ 정치, 모두가 끼리끼리 현재만을 보전하려는 최악의 상황.

 

    저자는 결국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의식이 깨어 있는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부패의 고리를 완전히 척결하는 혁명 수준의 새로운 변화를 촉구해 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2. 감상평   

 

     스위스는 중세 말 종교개혁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제네바는 유명한 종교개혁자 중 하나였던 장 칼뱅이 프랑스로부터 박해를 피해 온 이민자들과 더불어 그의 신정(神政)국가적 이념을 한동안 실제로 적용하기도 했던 유서 깊은 도시다. 또 한 명의 종교개혁자인 츠빙글리 역시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활동하기도 했을 만큼, 스위스는 종교개혁적 정신의 세례를 일찍부터 받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랬던 스위스가 오늘날 어째서 세계의 더러운 돈을 세탁해주는 돈세탁소로 전락해 버렸을까?

 

 

     책을 읽으면서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당연히 분개다.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백주 대낮에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데도 누구도 나서서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소수의 저항자들은 이내 살해되거나 협박과 각종 압력에 의해 - 실제로 이 책을 쓴 저자는 국회의원이자 교수임에도 이 책을 쓴 뒤 각종 협박과 살해 위협, 고소 고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 결국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사그라지고 만다. 돈을 쥔 사람들은 권력까지 손에 넣은 지 오래라, 정부와 의회 안에 그들의 뜻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일찌감치 사라져버렸으니,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의 빛나는 전통은 사라져버리고 천박하고 오직 힘의 원리만 지배하는 정글로 다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또 한 편으로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스위스의 의원들은 봉급을 받지 않는 대신,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적은 회의비, 그리고 각종 문서 검토비 정도만을 받는다. 어찌보면 대단히 부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봉급을 받지 않는 정치인들은 대신 수십 개의 기업과 은행 관련 직함을 갖고 회의 때마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하는 거수기 노릇을 한다.

 

     과도한 지방분권적 구조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이슈화가 덜 될 수밖에 없는 지방정치는 얼마든지 조작과 협잡이 가능한데다, 갈수록 저조해지는 투표율에서도 알 수 있듯, 시민들은 나서서 뭔가를 감시하려 하지 않으니 끼리끼리 판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정치의 문제는 단지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수준을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스위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기득권층도 부러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한 민주주의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언제나 거슬리고 귀찮은 제도이고, 종종 위협이 되지 않던가. 우리나라에서도 고위 공직자들의 회전문 인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게 되고 있고, 대기업 회장들이 하사하는 떡값 한 번 안 받은 입법, 사법, 행정부 인사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뭐 대통령이 나서서 대기업 회장 하나만을 위한 특별사면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지경이니 말 다했다.

 

     저자의 말처럼 문제 해결은 시민 하나하나의 깨어있는 의식과 행동이겠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경찰은 물론 국정원, 기무사까지 동원해 미행하고 도청하고 감시하는 걸 우습게 아는 정권 아래서 과연 그게 쉬울까. 정말로 나쁜 놈들은 복면 대신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는 것, 여기에서 시작한다면 크게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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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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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과거 소련에서 태어나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북한에 관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을 이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우선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북한 정권이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특히 외교적, 군사적) 정책들이 있어왔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현재의 북한 정권은 이미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기에, 외부의 원조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개혁, 개방이지만, 이는 현재의 북한 기득권층들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낙관적인 기대를 갖기에 어렵다. 때문에 핵무기를 밑천삼아 인근 지역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회유하면서 원조를 얻어내는 벼랑 끝 전술은 현재의 북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결국 북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단기적으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다. 책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면서, 북한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현재의 김씨 왕조의 붕괴 후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2. 감상평    

 

     책의 서문에도 쓰여 있듯,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견해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독재세력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일찍부터 반공주의에 매달려 왔고, 덕분에 자칭 우파라는 이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두 적으로 몰고 있다. 또 아직도 북한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좌파의 일부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 온정주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독한 독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남북의 문제를 너무 ‘우리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 때문에 어쩌면 이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제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나름 중립적인 위치에서 북한이라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북한의 소위 ‘벼랑 끝 전술’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 부분이다. 왜 북한은 그런 전술을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도발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건 일부 군부 강경론자들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현재 북한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그리고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개혁, 개방은 현재의 북한정권의 기득권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보면 북한 정권의 당국자들도 꽤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을 때, 이에 어떻게 대응해서 상황을 호전시키느냐 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개 한심한 해결책만 내기 마련인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은 좀처럼 정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제가 쉽게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있다곤 하나, 적어도 교수 한 사람이 생각해 내는 것보다도 못해서야..

 

     다양한 방식으로(이를테면 개성공단과 같은 것은 책 속에서도 칭찬되고 있다) 북한과,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일견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지만 꽤 타당성이 있다. 정보통제는 북한정권이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체제 안에 미묘한 긴장감, 혹은 개혁에 대한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현재 북한 정권으로서는 핵무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데도, 당장에 그것부터 폐기하면 모든 걸 해 주겠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정부 여당은 정말 각종 이권사업으로 세금 빼돌릴 궁리밖에 안 하는 건지..

 

 

     늘 북한이라는 변수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꽤나 적절하고 좋은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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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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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1846년 미국 정부가 부과한 인두세를 몇 년 간 납부하지 않았던 소로우는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소식을 들은 그의 고모가 대신 세금을 납부해 겨우 하루 동안 유치장 안에서 지냈을 뿐이지만, 이 경험은 그에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나보다.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거절했던 그는, 시민들에 의해 세워진 정부가 다시 시민들의 자유를 정당치 않은 이유로 제한하려 한다면 복종하지 않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라는 논지로 이 소책자를 쓴다.

 

     책의 후편에는 자연주의자로서의 소로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몇 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 환경들에 대한 민감하고 예민한 감수성들을 보여주어, 앞의 글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2. 감상평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라는 조직 안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 때문에 국가라는 인위적인 권력의 정당성이나 그 권력행사의 당위성에 관한 의문을 갖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그것이 심각하게 우리의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지금으로부터 190년 전 살았던 소로우는 상대적으로 오늘의 우리보다는 국가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미국은 시민들의 피를 통해 얻어진 (영국으로부터의) 자유 위에 건설된 나라였으니까. 남의 손에 의해 독립을 얻고 그 ‘남’에 의해 독립 이전의 사회질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강제 받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배경이었고, 그래서 아무런 정치적 배경이나 힘도 없는 한 개인이었을 뿐인 소로우와 같은 인물이 홀로 국가권력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 배경과 역사가 어떻든, 정당함의 문제는 어디에서든 적용되어야 하는 거니까.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뿐’이며, ‘엄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피통치자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외침은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원칙이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적절한 반항이다. 그의 시대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필요한 외침이라는 게 좀 슬픈 현실이지만.

 

     책의 후반부에 실린 에세이들은 전반부의 좀 더 정치적인 글들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국가라는 제도에 태생적으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국가가 행하는 모든 종류의 일에 거부의사를 표하는 아나키스트는 아니다. 도로와 교량 건설과 같은 일에 쓰이는 세금은 얼마든지 납부할 의시가 있다고 한다)

 

 

     부당한 권력에 대항해 싸워왔던 많은 사람들(간디나 마틴 루터 킹 같은)에게 영향력을 준 책이라고 한다. 단지 선거철에만 사용되는 선거용 민주주의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삶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이런 책이 더 이상 현실적 필요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자료로서의 의미만 가지게 될 그 날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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