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전4권 세트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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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줄거리 。。。。。。。                

 

     천재 음악가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전설적인 인물인 모차르트는 그 엄청난 영감어린 작품들과 함께 서른다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함으로써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온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들을 각 시기별로 작곡한(작가가 배열한 것으로 보이는) 음악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재구성해보려고 시도한 팩션이다.

 

     작가인 크리스티앙 자크는 여기에 ‘프리메이슨’이라는 소재를 더한다.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의 열렬한 단원이었고, 사실 그가 작곡한 오페라는 이 프리메이슨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널리 퍼뜨리기 위한 도구였다는 것이다. 그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서도 생각만큼 큰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일반적인 것처럼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작곡활동이 개인적 성공보다는 프리메이슨을 위한 헌신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전제왕정이 일반적인 시대 이런 자유주의적 가치들은 당연히 국가권력자들로부터 견제와 의심을 받았고, 결국 그가 일찍 죽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2. 감상평 。。。。。。。               

 

     수년 간 책을 읽으면서 이 책만큼 결말이 기다려졌던 책도 드물었던 것 같다. 스토리가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결말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지루한 스토리라 뻔히 예상되는 그 결말에 언제쯤이면 이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2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거의 순전히 뭔가 하나를 끝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작가가 일찍부터 이집트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람세스』를 비롯한 몇몇 작품들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쓴 모든 작품에 그 소재를 중요한 열쇠로 등장시키려는 의도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나친 고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모차르트를 도와주는 인물인 타모스는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끊임없이 연금술로 금을 만들어 충당하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는데, 이는 처음부터 모차르트를 프리메이슨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나타난 어쩔 수 없는 무리수였다. 경제적, 사회적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니, 그런 현실감각이 부족한 주인공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 결과가 연금술이었다는 것.

 

     책 전체에 걸쳐서 지긋지긋하게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의 성격 자체가 무엇보다 불분명하다. 여전히 과장된 기사도적 허장성세가 남아 있던 근대 초기 귀족과 부유한 중상층들에게 있어서 프리메이슨은 ‘고대의 비의’니, ‘신비한 입문의식’이니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사교클럽에 불과하지 않았겠는가. 사실 책 속에서도 그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등장하지도 않은 채,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가치들만 주워섬기는 모습으로 제시될 뿐이다. 이래서는 독자의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책 어디에도 프리메이슨적 가치의 매력에 대해서 작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길을 잃어버린 걸까. 그 결과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던 것으로 설정되는 모차르트의 인생이나 그의 작업도 매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책 속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여러 음악들을 찾아서 듣게 된 건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책 자체는 영 수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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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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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 위치한 부패한 국가인 벨리즈는 인구 25만의 작은 나라이다.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에 온갖 종류의 부정과 협잡이 통하는 이 나라에서 어느 날 작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만들어진다. 이런 종류의 토목공사라는 게 늘 그렇듯 이 과정에는 은밀한 이권 거래가 벌어지는 것이 뻔히 보였는데, 문제는 그런 일상적인 부패만이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발생될 엄청난 환경재앙도 뒤따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벨리즈에 귀화해서 버려진 동물들을 모아 동물원을 경영하고 있는 샤론은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고, 곧 사방에서 그녀를 향한 음모와 보복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이 꽉 막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부패한 정부 관리들은 다국적 기업과 손을 잡고 자국의 이권을 팔아넘기고, 이 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미심쩍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적으로도, 또 국가 재정상에도 재앙을 일으킬 것이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쌓아올린 공기업을 헐값에 개인에게 팔아넘기는 민영화는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루어지고 있는데, 더 답이 안 나오는 것은 상황이 이런대도 국민들은 자기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작은 이권에 혹해서 도리어 지지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간지에서 찾아낸 기사들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벨리즈’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썩 다행스럽지 못한 것은 이런 일들이 벨리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도 매 시간 이루어지고 있는 4대강 삽질이 그렇고, 도대체 도시 전체를 새롭게 바꾸자는 것인지 몇 개인지도 알 수 없는 뉴타운 사업들이 그렇다. 근본적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하고, 자연을 나에게 맞추려는 인간중심적 발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세계 어디라도 일어날 수 있다.

 

 

     작가는 이 무거운 주제를 한편의 소설로 잘 엮어 낸다. 아마도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실감이 났던 이 소설은, 환경운동은 자신과 딱히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이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샤론의 투쟁은 힘들고 무모해보였다. 이는 환경운동이라는 게 대부분 강한 정부권력과 돈을 지배하는 기업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석훈 선생이 쓴 책을 읽다가(그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생태 경제학자로서 상황이 어렵더라도 계속 명랑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이 무모한 싸움을 계속 해 나가려면 그렇게라도 자기암시를 계속하지 않으면 버텨내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자꾸 이 나라의 현실이 오버랩 되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나라에서 벌어진 투쟁이 승리해 대리만족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단숨에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확실히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책 표지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새가 참 예쁘다. 이런 새들을 없애버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의 탐욕스러움이란.. 과연 이 탐욕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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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
슈테른 반 돌 지음, 안상임 옮김 / 창작마루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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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포기하지 마’라는 이 책의 제목이 내용을 설명해준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때로 지겹고 힘들기만 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동물들의 사진과 함께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짤막한 메시지와 어울리는 동물들의 재미있는 표정과 동작은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해 준다.

 

  

 

 

2. 감상평 。。。。。。。                    

 

     오랜만에 읽어 본 포토 에세이집이다. 큼지막한 사진들과 함께 짤막한 글귀가 더해지는 포토에세이는 우선 읽기에 참 편하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복잡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을 때나 휴가를 갈 때 이런 책들을 들면 딱 좋다.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은 ‘동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과 동작을 잘 취하는 지(어쩌면 저자가 잘 갖다 붙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피식 미소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책의 가장 앞장에는 ‘어딘가에 분명 비상구는 있다’는 문장이 쓰여 있고, 다시 마지막장엔 EXIT라는 문구와 함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어딘가 살 길이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인데, 진짜 복잡한 문제에 있는 사람들에겐 의외로 이런 단순한 메시지가 와 닿기도 하는 법이다. 물론 세상 일이란 게 그렇게 금방 회복되지 않기도 하지만.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힘내라’는 위로와 함께 가볍게 권해줄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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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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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요약 。。。。。。。                      

 

     주인공 보리는 수몰 예정지에서 태어난 개다. 할아버지 내외와 함께 살던 곳이 물에 잠기면서 바닷가에서 살고 있는 둘째 아들네 집으로 옮겨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 주인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인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다시 가족들은 도시로 이사를 가기로 하고, 보리는 배추가 다 자라기까지 남아 있기로 한 할머니와 함께 남는다.  

 

 

2. 감상평 。。。。。。。                    

 

     개의 시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비춰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여기서 ‘흥미롭다’는 것은 시선의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주인공인 보리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은 딱히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네의 일상이 그렇듯,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늘 즐겁지도, 그렇다고 비극의 주인공처럼 괴로움과 절망으로 점철되지도 않는다. 어쩌면 개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그런 깊은 감정을 읽어내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해나가겠다는 저자의 의지표명일지도 모르겠다.

 

     본문 가운데 개는 인간처럼 숫자와 글자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으며, 그저 몸으로 공부할 뿐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보리는 발바닥에 생긴 굳은살만큼 배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도 딱히 다르지 않다. 퍽이나 잘난 양 이것저것 아는 척을 하지만, 사실 인간 역시 감히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허둥지둥 살아가면서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에서만 뭔가 알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이 시대의 지배적 세계관은 그렇게 경험하고, 측정한 것만이 의미 있는 사실이라고 가르치니, 이건 뭐 개를 닮으라는 건지) 아니,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도 자주 잊어버리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배우고자 하지 않는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게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특별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독자라면 뭔가 짠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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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동안에 -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인 감동 실화
게리 채프먼 지음, 서현정 옮김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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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요약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른 세 편의 사랑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특별히 이 책에 실려 있는 사랑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이해와 사랑, 또 부부 사이의 사랑 등 가정 속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이웃 간의 사랑 등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들을 잔뜩 담고 있다.

  

 

 

2. 감상평 。。。。。。。                  

 

     여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극적인 반전이나 엄청난 성공들로 장식되어 있지 않다. 어떤 경우는 여전히 상대가 변했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그저 상대를 대하는 내 마음이 바뀌었다는 내용일 뿐이고, 또 분명히 상대의 잘못(외도)인데도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는 일화들도 있다. 하나하나 따져가며 생각해보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사랑이란 게 어디 (최선의 유전물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DNA의 계획에 입각한) 합리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던가.

 

     이야기는 너무나 평범하다.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들이기에 인위적으로 구성해 낸 이야기들처럼 세련되지는 않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이야기들 속에 특별한 사랑들이 피어난다. 단지 한두 달 동안의 ‘실험’이 아니라 적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의 체득된 결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읽으면서 그 내용의 가벼움을 두고 뭐라 할 수 없었다. 아니, 가볍기는커녕 각각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교훈들은 인생의 진중한 무게를 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 자체가 미국적 배경을 담고 있기에, 여기에 익숙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좀 덜 와 닿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쉽게 술술 읽혀나가면서도 여운은 길게 남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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