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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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인간을 너무 단순화해버린 데 있다고 본다. 소위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세우고, 그런 인간들로 가득한 세상을 분석해 이론을 만들었다는 것. 잘못된 모델을 가지고 예측을 했다면 그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저자는 소위 경제적 결정이 낳은 각종 실패들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인간의 특징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정확한 계산을 통한 예측에 근거해 결정을 하는 것인데, 통상 이런 특징들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렇게 경제적 인간의 범주에서 여성들이 제외되면서, 여성들이 해 왔던 여러 일들도 함께 경제적 예측에서 빠져버리게 되었다. 이는 단지 예측의 신뢰도에만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다시 경제 영역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을 더욱 무시하는 재 강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저자는 경제학이 관계를 모든 것의 근본으로 봐야 한다’(285)고 주장한다. 이 관계에 기초한 경제학에서는 경제적 인간대신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인간’(285)이 그 기본 요소이다. 그렇게 할 때 경제활동의 목표가 비로소 소유에서 편안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런 경제학은 현재의 그것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

 

 

2. 감상평 。。。。。。。

     현대의 경제학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의 절반 가까이가 굶주리고 있음에도 그 반대쪽에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부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이미 태초에 자본이 있었다는 식의 돈에 대한 숭배로 변질되어 버린 자본주의, 그보다 좀 더 큰 개념으로써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 책 이전에도 충분히 많이 나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이 가지는 독특함은, 그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비판에 페미니즘적 성격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의 주류 경제학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는 주장 역시 이미 많긴 하지만, 무게 중심이 약간 다른 느낌이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문제를 중심에 두고 경제학을 곁들인 것이 아니라, 기존 경제학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를 비판하면서 그 중 하나가 여성문제라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중간 중간 나오는 여성문제 부분을 아예 빼고 읽어도, 충분히 전체 전개에 무리가 없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문제 부분이 영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애덤 스미스가 일할 때 그의 뒷바라지는 누가 해주었을까 라는 단순한 질문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경제적 기여 부분을 아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그리고 사실, 사랑, 신뢰, 희생, 같은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을 계속 남겨두고 싶다면, 그런 것들을 위해 헌신하는 행위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엔 딱히 반대할 논리가 없다.(물론 이 때의 보상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어떻게 보면 이 책에 담긴 생각 역시 실제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말 모든 문제가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된 걸까. , 저자가 책 속에서 제기한 경제학에서의 여성 문제에 대한 대안이 어떤 건지 살짝 모호하다. 여성들이 그 동안 해 왔던 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또 다른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건지
 

     ​전자의 경우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호의에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하고(ex. 이스라엘의 보육원 사례), 후자라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그 일들을 어떻게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는지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경제사상 비판서지만, 흥미로운 인문학적 통찰들이 몇 가지 눈에 들어온다. 경제학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과학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나(20), ‘애초부터 경제학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피는 학문이었다(22)는 지적은 특히 인상적이다. 확실히 오랫동안 언론사에서 일해 온 경력이 글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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