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이혼
왕하이링 지음, 이지영 옮김 / 비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젊은 시절 열렬한 사랑을 해 결혼한 젠핑과 샤오펑. 젠핑은 국립병원에서 외과전문의로 일하고 있었고, 아내인 샤오펑은 지역의 학교에서 주임교사를 맡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아들인 당당이 있는,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중국의 중산층 3인 가정이다.

 

     하지만 샤오펑은 늘 남편이 좀 더 도전적인 자리(이를 테면 외국계 병원 같은)로 진출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도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불만스러웠고, 젠핑은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샤오펑의 태도에 점점 질려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부부의 갈등은 젠핑이 샤오펑의 말대로 외국계 병원으로 이직을 하고, 살림살이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는데도 그 형태와 주제를 바꾸어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쩌면 문제의 원인은 돈이나 사회적 평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젠핑의 고향 후배인 둥베이, 쥐안쯔 커플, 그리고 젠핑의 이웃이자 전 직장 동료인 이혼녀 샤오리 등의 인물들이 주인공 부부와 함께 얽혀가면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 감상평 。。。。。。。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결국 이 이야기는 이혼으로 끝나는 한 중국 부부의 이야기다. 자연히 누구에게 소위 귀책사유가 있는 건지 찾아가면서 읽게 되는데, 이혼이라는 게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몰아가기 어려운 면이 있기 마련인지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을 내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초반부 샌님 같은 이이지였던 젠핑은 대형병원으로 옮기면서 확실히 전체적으로 세련되어져 가지만, 가정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 샤오펑은 점점 남편에게만 집착하는 캐릭터로 변해간다. 어떻게 보면 문제는 이 샤오펑의 집착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사소한 문제도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금세 엄청난 스캔들이 되어버리는 식이기 때문.

 

     때문에 이 작품을 처음으로 검토했던 한 남성 편집자는 이 책이 남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이라고 평을 내렸단다. 남성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늘 불만에 가득 찬 아내의 모습을 너무나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나. (물론 그에 반해 여성 독자들은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이 소설을 통해 여성들이 가정을 위해 전폭적인 희생을 감행하는 것은 허망한 일임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한다. 분명 소설 속 샤오펑의 행동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녀가 그렇게 변한 것은 자신을 포기하고 가정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인 것. 물론 이건 단순히 누구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 보다는 결혼 후에도 당사자 간의 독립적인 (영혼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결혼 관계의 양상에 관한 좀 더 깊은 사고를 담은 주장이다. 다만 그것의 현실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짧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글을 지어내는 솜씨가 느껴진다. 작은 오해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엄청난 의심으로 변해 가는지,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의도가 어떤 식으로 예치기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하는 과정을 흡입력 있게 그려낸다. 그리고 단지 인물들만의 갈등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자본주의화 이후 급격히 변해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에 관한 묘사도 담겨 있어 또 다른 면으로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들이 겪는 문제는 급격히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전통과 가치관을 갖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것이기도 하니까.

    

      약간 작위적인 설정이나 행동들도 눈에 띄지만.. 뭐든지 일어날 수 있는 중국 이야기니까.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살짝 느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근 결혼 예정인 지인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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