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전 오랫동안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시달리던

이 땅의 조선 사람들은 드디어 고대하던 독립을 얻어냈습니다.

​

비록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우리 민족 스스로 독립을 쟁취해내지는 못했지만,

그 날을 위해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여러 애국지사들,

일본 침략군과 맞서 싸우며 소중한 생명을 잃으셨던 독립군들,

비록 실행되지는 못했으나 서울진공작전의 최종단계까지 준비하셨던 광복군​들까지..

수많은 분들의 ​피와 땀이 큰 힘을 더했던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에 의한 이런 독립에의 의지와 노력들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종전 이후 연합군​의 전후처리에서 우리의 독립이 쉽게 인정받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

그 날의 독립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었을 게 분명합니다.

물론 일제에 협력하며 호의호식​하던 친일, 부일배들의 마음은 불편했겠지만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력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재산의 많고 적음과도 관계없이,

남녀노소, 지역을 가리지 않고 그 날 나와서 기뻐했을 겁니다.

 

 

 

​최초의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1945. 8)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초대 정부 주요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독립운동가들의 얼굴도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군은 광복군과 독립군의 전통과 조직을 이어받기 보다는

일본제국군에서 복무하던 이들이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찰 역시 일제 아래서 순사로 일하던 이들과 조직이,

심지어 독립군들을 잡아 고문하던 양아치들이 그대로 넘어왔습니다.​

정부 조직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만,

그 핵심은 여전히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던 행정관료들이 장악합니다.

해방 직후 남한 지역을 통치하던 미군정 당국이 그걸 원했기 때문이죠.

​

대한민국은 한 번도 친일파들을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습니다.

이승만 정부 당시​ 일시적으로 활동했던 반민특위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이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뤄진 백색테러에 의해 해산되고 말았고,

결국은 일본 왕에게 충성맹세까지 하며 출세하고자 했던

한 한국 장교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스스로 대통령에 오르면서

친일행위자들에 대한 결정적인 면죄부가 발부된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죠.

​

심지어 오랜 군사정부가 끝나고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는 일마저 자칭 보수우익세력에 의해

번번이 방해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실제 기록으로 남은 친일행위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과오가 있기는 했어도​ 시대적 상황을 이해해야 하며,

또 다른 측면에 공로도 있으니 친일인사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어이없는 논리를 펼칩니다.

​

뭐 수 천 명의 시민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휘두르다가

결국 내란 수괴로 법적 처벌까지 받은​ 전직대통령을

자랑스런 동문, 선배라고 소개하는 정신나간 이들도 존재하는 나라니

이 정도는 애교라고 해야 할까요.

 

 

​

 

 

​하지만 문제는 단지 친일파 정리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물론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부침이 좀 있었을지 모르나

분명히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우리는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가 된 것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되었을까요?

단지 우리와는 다른 민족이 최고통치자가 되었다는 점이 문제입니까?

​물론 이 부분은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문제지만,

통치자의 국적이 바뀌었다고 해도 사람들의 삶이 실제로 변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진정한 독립을 얻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들이었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정치적인 권한을 거의 행사할 수 없었으며

경제적으로도 그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착취당했습니다.

​문제는 광복 69주년이라는 오늘까지 이 문제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겁니다.

​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정치적 의사를 표시할 권한이 상당하게 제한되고 있습니다.

시민의 정치행위는 단지 선거일에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교육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모여 그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권력자들은 온갖 법률과 자의적인 잣대, 그리고 편법을 동원해

이런 헌법적 권리를 언제라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각종 지방자치단체장, 의원들은 선거로 뽑히지만,

이 과정에서 심각한 언론통제, 여론왜곡과 조작, 그리고 선동이 넘쳐나기에

시민들은 제대로 된 정치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습니다.

​

경제적인 부분은 더욱 참혹합니다.

비정규직과 파견노동자라는 제도는 시민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주요 도구입니다.​

그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똑같은 일을 해도 정규 노동자들에 비해 적은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빈부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소수의 재벌들은 대한민국 부의 대부분을 손에 넣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이 먹고 남은 것들을 서로 쪼개 써야 하는 처지입니다.

 

 

 

 

파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4인 가구의 가장이 일을 하던 중 상해를 입어도

치료 과정에 아무런 보상이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두어 달의 치료 기간 동안 당장 가정의 생계가 막막해 지는 게

2014년의 대한민국입니다.

이런 이들을 지원하고, 재기할 수 있는 데 사용해야 할 국가예산은

대통령 개인의 이름을 남기기 위한 삽질에 낭비되고 있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재선을 위한 사업에 퍼부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는 좀처럼 허가받지 못하고,

대통령을 풍자하는 미술작품조차 전시하려면 눈치를 봐야하고,

​인터넷에 정책과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처벌받는 게

2014년의 대한민국입니다.

​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독립을 한 걸까요.

​통치자의 국적 말고도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광복절은 단지 어제의 일을 기억하기 위한 날만이 아니라

그 정신을 끊임 없이 구현해 내기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게 독립을 위해 피땀을 흘리신 조상들의 후손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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