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와 기독교적 지성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선일 옮김 / IVP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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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지난 한두 세기 동안 기독교, 그 중에서도 소위 ‘복음주의’라고 불리는 그룹은 교회 안팎의 다양한 비난과 도전에 직면해 왔었다. 밖으로는 근대의 계몽주의로부터 ‘비이성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안으로는 그런 비난을 일찍 수용해 보다 ‘현실성 있는’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낸 이들로부터 고루하다는 조롱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침내 시대가 변했다. 이 책의 저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이전 시대 각종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왔던 복음주의가 이젠 자신 있게 자신의 학문적 위치와 자격에 대해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이전 시대를 풍미하던 계몽주의가 당연하듯 전제하던 이성의 절대성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었고, 거기에 기대 복음주의를 공격하던 자유주의 신학이 생각만큼 튼튼한 기초를 가지고 있거나 내적, 외적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음마저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기 두 개의 장은 복음주의의 특징 -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하고 성경의 신적 권위를 인정한다는 -을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세 개의 장은 후기 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종교 다원주의들과의 관계 속에서 복음주의의 자리를 어떻게 정립할 수 있을지에 관해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2. 감상평    

 

     책의 원제목이 인상적이다. ‘진리를 위한 열정(A Passion for Truth)’. 부제는 the intellectual coherence of evangelicalism이다. ‘복음주의의 지적인 일관성’ 정도가 될까. 복음주의권에서 제법 알려져 있는 저자는, 기존의 복음주의자들이 그들을 향한 도전에 대해 취해오던 일반적인 자세들 - 보다 ‘영적인 일들’로의 회피나, 상대가 전개하는 논리를 따라가며 수세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은 -을 떨쳐버리고, 좀 더 당당하게 공적인 영역에서 그들이 가진 보화를 자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이런 자신감은 책 전체를 통해서 전해진다.

 

     책의 부제는 이 책이 복음주의에 속한 기독교인들의 삶에 ‘일관성’을 부여해주는 데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내용임을 보여준다. 솔직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 밖에서는 자신들이 믿는 바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사실인 상황에서, 특히 지적인 측면에서 교회 안과 밖의 간격을 메울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적어도 복음주의자들은 그들이 믿는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책의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다. 적어도 현대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저자가 말하거나 암시하는 내용의 절반은 손에 잡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미주만 해도 대부분이 참고문헌 일만큼 책은 광범위한 주제를 제법 깊게 다루고 있다. 자연스럽게 저자가 사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실제의 변론에 적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인 복음주의의 경쟁자(혹은 적들)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가 그다지 단단하지 않다는 사실과 복음주의만의 독특함을 드러내는 것이 결코 무례하거나 독단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붙잡는다면 그것으로도 일단 큰 유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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