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금융 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제윤경.이헌욱 지음 / 부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 요약           

 

     가계 부채가 1000조가 넘어 간다는 우리나라. 60%가 넘는 가계가 빚을 안고, 이고 살아가는 상황은 위기임이 분명하다. 1부에서 과도한 빚으로 초래된 비참한 상황을 보여주는 두 명의 저자들은, 2부에서는 이렇게 된 상황의 일차적인 원인을 계획 없이 빚을 내기 시작한 채무자들에게서 찾는 대신, 정확한 설명 없이, 나아가 정보를 감추고, 자신들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은행과 대부업자들, 나아가 빚을 권하는 정책을 펴는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3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제도와 벽을 비판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언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우리는 이제까지 과도한 빚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해왔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과도한 빚을 내 흥청망청 써 버린 무책임한 인간, 뭐 이런 이미지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돈을 빌려주고, 값을 수 없게 되면 담보를 뺏어 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편의주의적 영업태도를 가지고 있는 채권자들의 약탈적 경영행태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채무자들은 일종의 피해자로 그려진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다. 나 같은 사람한테도 뭘 믿고, 무담보로 몇 천 만원씩 빌려줄 수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는 걸 보면 이들은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책은 그들의 ‘꿍꿍이 속’이 어떤 것인지를 밝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가계 대출을 늘림으로써 손쉽게 경기부양 효과를 얻으려는 정부의 몰지각한 정책결정과 이에 호응하듯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각종 제도들, 그리고 이 허점을 파고들며 집요하게 채권자들을 말려 죽여가고 있는 은행과 대부업자들, 이 소름끼치는 상황을 정상적인 것이라고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수준 이하의 언론들(특히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자칭 경제신문을 자처하는 찌라시들) 등 이 비열한 약탈에 동참하거나 부역하고 있는 이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어려운 건, 어찌됐건 현재의 빚더미에 올라 있는 사람들 자신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냐는 질문일 것이다. 언론에 놀아났든, 금융회사의 유혹에 넘어갔든, 능력이 안 되는 데도 대출을 받아 부동산투기에 뛰어든 것도 그들이고, 집값이 상승했다고 우쭐해 말도 안 되는 과소비를 했던 것도 그들이고, 이율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빚을 돌려막으려다 일을 더 크게 번지도록 한 것도 그들이니까. 그들을 일방적인 피해자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엔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이 거의 전무한 것 같다. 학교 다닐 시절엔 당연히 수능에 별로 안 나오는 경제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없고, 졸업 후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학습 통로인 언론도 기업들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선동가(煽動歌)만 불러대기 일쑤니까. 뭐 거의 제대로 배워보지도 못한 사람이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겠다고 나서는데 안전도구도 없이 실제 산에 올려 보내는 느낌이랄까. 제대로 된 경제 교육, 그러니까 무조건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행복해진다느니, 대기업이 잘 돼야 서민들도 잘 산다느니 하는 헛소리 말고, 진짜 현명한 경제적 관념을 길러줄 수 있는 그런 게 좀 필요하다.

 

     채무자들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특히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비인간적 추심제도에 의해 사실상 고대의 채무노예제가 되살아 난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의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니까.

 

 

     지금 혹시 대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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