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나이 서른셋에 동생네가 운영하는 학원서 차를 운전하고 있는 동주의 유일한 희망은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병원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뇌종양으로 앞으로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것.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또 한 명의 사람이 같은 진단을 받는다. 빈틈없는 성격의 은행원인 송경이 그녀. 전혀 어울릴 것 같이 않은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처지 때문인지 쉽게 가까워졌고, 함께 장례식(?)을 준비하러 다닌다.

 

 

 

2. 감상평 。。。。。。。                  

 

     소재가 독특하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은 두 남녀가, 함께 자신들의 죽음을 준비하러 다닌다는 설정. 물론 이 ‘준비’가 동반 자살 같은 우울하고 무거운 내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과할 정도로 꼼꼼한 여주인공의 약간은 공감하기 어려운 성격 탓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점이 이 설정을 그리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수의를 직접 입어보겠다고 하질 않나, 2인용 관에 누워보지는 않나, 명목은 죽음을 위한 준비지만 영화적으로 보면 분명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것들이다.

 

     설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으니 다음은 스토리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나 이야기 전개의 의외성 같은 것들이 적절히 안배가 되어야 좀 더 깊은 공감을 느끼며 영화 속에 빠져 들어갈 텐데, 아쉽게도 그런 게 없다. 쉽게 말해 함께 관에 들어가고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듯 수의를 입어보고 하는 장면만 감독의 머릿속에 있었고, 그 다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죽음이라는 결론을 앞두고 마냥 이야기를 밝게 이끌어갈 수는 없는 건데, 이 둘 사이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급작스런 극의 분위기 전환은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보는 듯했다. 완성도의 문제.

 

     충분히 다른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던 배우들이었는데, 딱히 잘 녹아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그들이 맡았던 다른 역할들이 눈에 더 들어왔으니까. 정려원은 지난 영화인 ‘통증’에서와 딱히 다른 게 없어 보였고, 유선은 이런 식의 조연으로 쓰기엔 아까운 배우다. 주조연의 밸런스나 각각의 인물들이 맡고 있는 역할들이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라는 게 영화처럼 수의와 관을 준비하고, 장례방식을 선택하고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뭐가 남아 있을까. 이 영화가 가진 근본적인 난제가 여기다. 영화가 지녀야 하는 감성코드는 유물론적 세계관과 잘 맞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뭔가 좀 더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성격을 갖는 무엇이 필요한데, 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사랑이 그런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달달한 연애의 시작 이야기는 볼만 했지만, 그 밖에는 딱히 잘 만들었다 보기 어려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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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4-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노란가방 2012-04-20 12:34   좋아요 0 | URL
^^ 오랫만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