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턴 프라미스 - Eastern Promis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런던의 한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고 있는 안나는 어느 날 아이를 낳고 죽은 한 러시아 소녀를 만나게 된다. 아이를 위해 소녀의 가방 속에서 찾은 일기장 속에 언급된 식당으로 무작정 찾아갔지만, 점잖고 품위 있는 것처럼 보였던 식당 주인 스테판은 사실 마피아 조직의 보스였다. 그는 어린 아이를 강간한 자신의 범죄가 밝혀질까 염려하며 일기장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한편 조직의 2인자이자 스테판의 아들인 키릴은 늘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뭔가 불안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의 운전기사이자 동료이기도 한 니콜라이만이 그런 키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단순한 운전기사만이 아니라 조직의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해결사이기도 했던 니콜라이는 러시아어로 쓰인 일기장을 읽은 안나의 삼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안나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데..

 

 

 

 

2. 감상평 。。。。。。。         

 

     영화 전체가 참 무겁다. 소재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상이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범죄로 가득한 런던의 거리라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은가.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도 강한 성격이 부여되어 있는데다 좀처럼 바뀌지 않으니 고전적 영화들에서나 느껴지는 무게감이 있다. 전반적으로 장중한 분위기를 내려고 애쓴 흔적이 가득하다. 대부와 같은 마피아 영화는 한물 간 소재이긴 하지만, 뭐 그런 고전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분위기 자체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보단 내러티브 자체에 좀 더 의미를 두는 나 같은 사람에겐 너무 무게만 잡는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영상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이야기를 덮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니콜라이 역의 비고 모르텐슨의 명연기나 작은 반전마저도 그닥 힘을 쓰지 못한 느낌이니..

 

 

 

 

     배우들의 연기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연기력만을 보며 박수를 치기에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소련의 붕괴 후 급작스러운 경제적 개방조치는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을 절대적인 빈곤과 극심한 양극화로 몰아넣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돈을 위해 서쪽으로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또 오랫동안 계획경제에 익숙해졌던 그들은 돈이 된다면 모든 것을(심지어 사람까지도) 팔아넘길 수 있는 자유시장경제라는 덫에 빠지기도 했다. 영화의 발단은 그렇게 속아 넘어가 짓밟힌 소녀였다.

 

     흥미로운 건 대만의 삼합회나 일본의 야쿠자, 이탈리아의 마피아 등은 모두 ‘잘 사는’, 혹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범죄조직들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러시아 출신의 마피아는 소련 시절에는 없다가 자유화가 되면서 발생했다. (원칙적으로나마) 모든 이에게 부의 평등을 실현하자는 공산주의에서 소수에 대한 부의 독점을 용인하는 자본주의로 넘어오면서 돈을 많이 모으는 것 자체가 성공의 증거,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리니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나 보다. 게다가 자본주의는 다시 그런 범죄조직마저 오락의 소재로 사용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삼으니, 어쩌면 인류는 엄청난 괴물을 만들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짙은잿빛구름으로 가득한 영상. 게다가 근본적인 해결책도,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주지 못하는,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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