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윌은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약품을 연구하고 있다. 새끼 침팬지(시저)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던 중 시저가 놀라운 지능을 갖게 되었음을 알게 되고 이 결과에 흥분하지만,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시저는 동물보호소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미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금발의 멍청한 백인 남자’의 학대에 분노한 시저는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보호소를 탈출하고 마침내 연구소에 침입해 자신과 같은 높은 지능의 동료들과 함께 자유를 향해 숲으로 떠난다. 

 

 

 


 

 

2. 감상평 。。。。。。。                

 

     속편 제작을 염두하고 만든 것이 분명한 이 영화는 이야기의 시작 부분만을 다루고 있다. 통상 이렇게 나누어진 이야기로 제작된 영화는 각각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영화와는 다르게 초반부에는 약간 느슨하고 덜 흥미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결말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렇다면 이런 영화의 승부전략은 전체 편에 대한 기대감에 호소하거나 소재의 특별함, 혹은 화려한 영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경우 ‘혹성탈출’이라는 유명한 제목에 기대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 낸 침팬지들의 특별한 움직임으로 승부를 하려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었지만 대박까지 내기는 힘들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갈등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인데, 유전자조작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반윤리적인 실험을 하는 대형 제약회사의 음모라든지, 개인의 욕심을 위해 함부로 생명을 다루었다든지 하는 좀 더 강한 주제가 필요했는데 영화엔 그런 게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멍청한 백인 남자’의 뻘짓이 좀 있긴 했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혹성탈출’을 시작했다는 건 약하다. 여기에 딱히 눈이 휘둥그레 할 만한 장면도 많지 않다. 침팬지들의 움직임은 무게감이 부족해 진짜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그냥 가벼운 종이인형이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

 

 

 

     영화를 보면서 언뜻 시저가 ‘지능’을 가지게 되었기에 그 침팬지를 특별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좀 다르게 말하면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기준이 지적 능력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에 대한 대단히 현대적인(그리고 유물론적인) 정의인데, 언뜻 동물들의 권익을 대단히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의견은 결국 인간의 가치를 물건의 수준으로 낮추게 될 것이다.(인간이 단지 영리한 원숭이라면, 영리한 사마귀나 영리한 거머리와 다를 게 뭐가 있으며, 살인이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과 또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참 재미있는 건, 현대인들은 자기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도구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역사상 이렇게 자신의 무가치함을 증명하려고 했던 이들이 대개 깊은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역시 그런 동인(動因)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

 

     최소한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궁금증까지는 일으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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