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방치하지 않습니다
사라 윌슨 지음, 엄자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조울증과 극심한 불안증세, 그리고 하시모토병이라는 자가면역 질환까지.. 듣기만 해도 쉽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은 작가의 책이다. 젊은 시절에는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유명한 패션잡지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결국 뛰쳐나왔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심리증상을 완화/혹은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하지만 50여 개의 짧을 글들(마치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느껴지는)을 모아놓은 이 책은, 어쩌면 작가의 심리와 생각을 반영하는 것처럼 정신이 없다. 일관된 흐름이나 체계적인 정리에 따라 결론으로 나아간다기 보다는, 그저 좌충우돌, 암중모색을 하던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이리저리 방황을 하는 느낌이다.


덕분에 책의 내용이 한참 진행되었는데도, 그래서 어떻게 나아졌다는 것인지, 어떤 방법을 따라가면 (독자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인지 선명한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반응 역시 지극히 내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질문이긴 할 테지만, 마치 글에서도 저자의 불안하고 불안정함이 드러나는 느낌.





물론 군데군데 불안이라는 주제에 관한 특별한 통찰이 담긴 문장도 보이긴 한다. 책 초반 작가는 “이제 나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고 내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안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불안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다행이다. 책 속의 복잡한 여정 어디에선가가 돌파구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책 내내 불안이 가져오는 문제들을 잔뜩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이 증세가 과거 좀 더 위험한 세상 속에서 큰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자질이었다고, 다만 시대가 너무 빨리 달라졌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야생의 동물들이나 적의 침입을 경계하는 데에는 조금은 과한 민감함/불안함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말. 물론 현대의 불안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상황과 정확히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환경의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점검하고 통제하려는 성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화학(약물)요법부터 시작해 요가 같은 전통적인 수양법, 다양한 상담과 인지치료 기법 등등 저자가 시도해 본 다양한 요법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질어질할 정도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떻게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지부터가 나에겐 기함할 일.


작가의 용감한 도전과 모험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부디 빛이 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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