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에 있는 한 미술관에 다녀왔다. 물방울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작가였는데, 신문지 위에 그린 리얼한 물방울이 흥미롭게 보이긴 했다. 다만 그 의미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림 옆에 쓰인 해설을 읽지 않으면 그냥 잘 그린 정물화 정도의 느낌이다. 그러면 우리가 보는 건 그림일까, 해설글일까.
작가야 뭐든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걸 보는 사람에게까지 뭔가를 느껴야 한다고 강요만 하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형태마저 흩어진 결과물에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무리에 가깝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서 현대미술은 글이 아닌 도구로 쓴 글처럼 느껴진다. 이전의 작가들이 자신의 기술과 생각을 보여주었다면, 현대미술 작가들은 자꾸 설명하고 (가끔은) 가르치려고 하는 느낌이다. 물론 그게 보는 사람의 코드와 맞으면 신이 나겠지만, 미술에 대한 정의부터, 그 가치와 영향력과, 내용까지 온통 자기들끼리만 추켜세운다는 느낌을 주면 점차 일반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지는 않을까.
아무튼 현대미술에 대한 두려움을 확실히 없애준 책. 간략한 설명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에도 좋다. 리뷰는 좀 까칠하게(?) 쓴 듯하지만, 나같은 문외한에게 딱 맞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