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의 주제는 “존중”이다. 대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고, 시급한 주제다. 우리는 조롱을 칭송하고, 가짜뉴스에 슈퍼챗을 쏟아 붓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는 사람들이 모두 점잖고 예의 바르게 살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제는 그런 무례함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나 용기를 보여주는 수단처럼 사용하는 모습들이 너무 자주 보인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늘었다. 맹자는 인간의 네 가지 선한 마음 중 하나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수오지심)을 꼽았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맹자가 오늘날 인터넷 댓글을 조금만 읽어보면, 여기는 짐승들이 섞여 사는 곳이구나 할 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시선은 단순히 개인의 책임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에서 먼저 지적하는 건 성과사회라는 구조다. 오늘날 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지에 따라 평가받는다. 좋은 대학을 나왔는지, 돈은 얼마나 벌었는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갔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할 존중이, 경쟁에서 이겨야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상으로 바뀌었다는 것.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작된 대사지만, 이제는 정말로 어떤 사람들을 (그가 남들보다 재산이 적고, 학력이 딸리고, 사회적 권력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개, 돼지로 보는 시선을 드러내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심지어 그런 차별에 항의하는 사람에게, 그러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는 식의 핀잔까지 돌아간다. 공부를 잘하는 목적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자격을 얻는 데 있었던가.
문제는 이런 경쟁에서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누군가는 뒤에 서게 된다. 그런데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더해 사회적인 모욕까지라면, 그 안에 쌓이는 감정이 온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소외와 굴욕이 사회의 분열과 공격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이 부분은 오늘날 거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극우의 부상과 혐오주의를 설명해 주는 핵심 키워드일 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다만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상한 개인 하나를 찾아내는 것으로 끝내버리면, 비슷한 일이 왜 반복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