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의 한 중학교 학생인 숀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반에서 잘 나가는 학생이자 친구들이나 담임선생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고레나가 일당의 괴롭힘은 교묘해서, 다른 사람들은 그저 숀이 그들 무리의 일원으로 함께 노는 것으로만 보인다.


어떻게 해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숀은 자신의 일기장에 절망스러운 심경을 차곡차곡 적기 시작한다. 소설은 숀의 일기장을 읽어가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그의 아버지와 생계를 위해 퇴근 후에도 사장의 가정부 노릇까지 해야 하는 엄마의 무신경함, 그리고 무능한 담임까지 수많은 이유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숀은 웬 돌을 하나 가져와서는(‘오이네프기프트’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공물을 바치며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죽여 달라고 빌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로 고레나가가 죽어버렸다! 또 다른 일당인 안도도, 숀을 의심하며 추궁해 온 동급생 고우다도, 그리고 끝내 담임인 구노까지. 과연 이 연쇄 사망은 돌덩이에게 빈 덕분일까?





작품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이 오고 간다. 처음에는 당연히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학생들과 이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주변의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또 어느 정도 읽다 보면 그런 상황에 순응하면서 본인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일기장에 주변 사람들만 저주하는 주인공 숀에 대한 짜증이 몰려온다. 본격적으로 숀의 주변 인물들이 죽기 시작하면서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커진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역시 저자의 필력이다.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회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 기묘한 사망이 잇달아 벌어지고 범인을 추적해 간다는 면에서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 돌덩이 신까지 등장하니 때때로 미스터리 장르가 살짝 묻어있기도 하고.


물론 이야기의 결말은 지극히 현실적인(신비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성격이었지만, 또 이야기 전체를 두고 보면 약간 구성이 헐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본 경찰이 아무리 어설프다고 해도 이 정도의 정교하지 않은 트릭을 간파하지 못할까? 물론 작가가 만들어 낸 세계에서 경찰들의 영향력과 능력은 많이 축소되어 있긴 하지만.



결말의 반전 요소까지 포함해서 전체를 두고 보면 꽤 재미있게 읽었다. 대중 소설에서 드러나는 일본인 작가들의 필력은 확실히 인정할 만하다. 또, 결말부에서 변주를 주긴 했으나, 작품 초반에 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서술되는 학교폭력에 관한 묘사들은, 점점 흉포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와도 연결 지어서 읽어볼 만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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