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이라는 주제를 동시에 다루는 일은 일단 흥미를 자극한다. 흔히 이 두 영역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식의 편견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 과학의 주요 공헌자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라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좋은 기독교인이면서 마찬가지로 훌륭한 과학자가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장 폴킹혼이나 알리스터 맥그래스 같이 신앙과 과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갖고 있는 저자들이 쓴 책들은 우리에게 지적인 만족을 준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인물들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사실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은 모두 자연과학 학위와 함께 신학 학위도 보유하고 있어서 이런 종류의 글을 쓰기에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굳이 자신의 학위에 신학 학위를 추가하고자 하는 사람도, 그럴 만한 동기도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뭐 일단 신학이라는 학위가 교회 밖에선 별다른 가치가 없는 나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을 때 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 저자가 쓴 과학과 신학의 통섭적 관점을 담은 책인가 싶어서다. 하지만 기대가 살짝 컸던 걸까? 이 책은 생물학, 정확히는 인간 발생과 성장, 노화를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신학이 아닌) 신앙적 통찰을 담은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