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 교계에서 어떤 신명(神名)을 사용할지를 두고 벌어진 오랜 논쟁의 역사를 기술하는 1장의 내용부터 흥미로웠다. “천주”, “상제”, “신”, “하ᄂᆞ님” 같은 용어들이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서로 대립하다가 결국 “하ᄂᆞ님(후에 맞춤법 개정으로 ‘하나님’으로 변경)”으로 정착되는데,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종교심에 대한 독특한 선교사들의 이해가 배경에 깔려 있었다.
조선말 민중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정감록이라는 예언서 속 한 구절이 기독교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2장도 꽤나 흥미로웠다. “궁궁을을(弓弓乙乙)”이라는 일종의 파자 암호가 부적화되었을 때 십자가의 모양으로 그려진다는 점, “십승지지”라는 피난처의 십(十)이 꼭 십자가와 비슷하다는 점은 십자가에 대한 특별함 감정을 불러왔다는 것.
한국의 기독교는 단지 서양의 종교가 일방적으로 이식된 것이 아니었다. 3장과 4장은 유교와 도교 등 당시 널리 퍼져있었던 한국종교의 요소가 기독교 안으로 수용, 흡수되어 축귀와 추도회로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5장은 20세기 초반 세워졌던 예배당의 모습에 수용된 한국적 요소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6장에는 초기 한국 교계에 영향을 미쳤던 다양한 한글 문서들에 관한 광범위한 정리가, 7장은 조선 땅에 널리 퍼진 부흥운동에 관한 약사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