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한 목사 부부의 대화로 시작한다. 그들은 한 사내아이를 입양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은 아들을 사고로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또 아이를 입양하려는 것부터가 무리였지만, 왠지 남편인 석호(김민재)는 재촉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이미 다른 아이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입양하려는 아이인 이삭(박재준)는 시력에 문제가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실명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름부터가 뭔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려주는 복선인가 싶었지만,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입양하려고 했던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싶었지만, 이 역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없었다.


새로운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 이미 있던 부부의 아이들은 새 아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 어디에도 부부는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갈등이 일어날 때 적절한 개입과 조정을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이쯤 되면 감독이 가정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




그렇게 입양된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이상한 존재를 느낀다. 공포 영화 답게 안경을 벗고 있을 때 조금은 희미한 모습으로 나와 영화를 보는 사람도 함께 헷갈리게 만드는 수법을 사용하는데, 이미 앞서 이 부부 사이에 죽은 아이가 있다는 정보가 있었던 이상 아이의 귀신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상황.


그럼 이 영화는 귀신을 다루는 공포영화인가 싶지만, 또 그걸 제대로 그려내지는 않는다(어쩌면 “못 한다”였을 지도). 시종일관 뭔가 있다는 느낌만 잔뜩 부여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영화는 느릿느릿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 이상한 성격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부부의 맏딸인 주은(경다은)이었다. 새로 들어온 남동생을 처음부터 밀어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악마라고 소리치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 덕분에 꽤나 민폐 캐릭터가 된다.


그리고 또 갑자기 등장하는 이웃집 청년. 그는 목사의 아내인 현우(박효주) 앞에 불쑥 나타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여자가 보인다느니 하면서 뭔가 분위기를 잡는다. 그런데 또 그의 아버지는 주인공 목사에게 와서 아들이 귀신에 들렸다느니 도와달라느니 하는 말을 하고,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하던 그는 또 영화 후반에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면서 나타나서 역시 미심쩍은 말을 던지는...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





사실 영화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우 박효주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몇몇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처럼 처음부터 혼돈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그녀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주인공 부부를 목사 부부로 설정해 두고, 아이들이 알 수 없는 기도문을 외우도록 시켜둔 감독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마찬가지. 이건 어디서 배워온 관행인지... 대충 귀신, 축귀, 목사 가정, 입양 뭐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뭔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전반적으로 정신이 없었던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잘 집중이 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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