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많다. 질병은 어느 정도 인과요인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발적인 사건인지라,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중병에 걸려 삶의 마지막을 기록으로 남기곤 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을 읽어볼 만한 이유를 꼽자면, 역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사실 죽음을 가까이에 둔 사람들에게서는 의외로 삶에 대한 특별한 통찰이 자주 발견되곤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인간은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삶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존재인가 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단지 암 선고 이후에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삶의 의미를 찾는 일종의 구도자 같았다. 그는 대학 시절 내내 “인간의 의미를 찾으려는 금욕적이고 학구적인 연구”(53)에 천착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삶이 살 가치가 없다면, 제대로 살지 않은 삶은 뒤돌아볼 가치가 있을까”를 물었다.
결국 그렇게 의사의 길을 걷게 되지만, 그리고 제법 훌륭한 의사로 일해왔던 것 같지만, 훗날 자신이 환자가 되면서 여전히 자신은 환자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존재였음을 깨닫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런 자책마저,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서나 나오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