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소설은 바로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옥수수(당연히 별명)”는 이제 겨우 열두 살이 된 소년이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 눈치는 채고 있다. 교사였던 아버지가 “검은 책”을 썼다는 이유로 먼 강제노동현장으로 끌려가고, 그런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어야만 학교 방송반에 받아주겠는 제안을 받는 상황은 어린 아이가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어른들이 하는 일은 온통 괴상한 것들뿐이었다. 멀쩡한 말을 데려다 일을 시키기는커녕 집회에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간부의 명령은 결국 말과 그 말을 돌보던 친구의 아버지 모두에게 스트레스였고, 결국 말의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소설에는 또 하나의 죽음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의 목욕탕 물을 데우는 일을 하는, 조금은 순박하고 ‘아저씨’가 굴뚝에 느슨하게 달아놓은 스피커를 고치러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올라가다가 떨어져 죽었다. 아저씨는 무슨 대단한 대가도 아니라 그저 색시를 소개시켜주겠다는 동네 주임의 말을 믿고 올라갔지만, 웬일인지 그는 죽은 후 열사의 칭호를 받으며 신문에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