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각각의 전쟁들의 단순한 경과가 아니라, 그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후의 배경을 중심으로 인과적 서술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일본이라는 나라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조금씩 주변국들을 침략, 공격해 가며 자국의 안전을 도모하려고 했다는 점과, 이 과정 내내 철저하게 자국중심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강경파가 득세했다는 점이다.
사실 근대 일본은 서양세력에 의해 강제 개항과 개화가 이루어지면서, 종래의 쇼군에 의해 이루어지던 정치체제가 무너지면서 일종의 아노미 현상을 맞게 된다. 일부는 텐노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체제를 이루어 서양식 개혁을 추진하려고 했고, 미약하게나마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은 전자였고, 이들이 태생적으로 힘에 호소하기를 좋아했다는 게 모든 사건의 근원이었다.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대표되지 않은 채, 소수의 정치가들과 군인에 의해 좌우된 일본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주변국은 물론 자기 자신의 엄청난 손해로 끝나고 말았다. 사실 전쟁을 거듭할수록 피해가 누적되었고, 다시 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또 다른 전쟁에 나서는 느낌이 진작부터 들었지만, 일단 그 안에 들어가 버리고 나면 이 뻔한 그림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보통 사람들은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똑똑하고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어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 의견에 귀를 막고, 좀 더 큰 시야에서 상황을 볼 줄 모르는 소견이 좁은 인간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질 때 얼마나 파괴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