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중요하다 - 거룩하게, 가치 있게, 슬기롭게
폴 스티븐스.클라이브 림 지음, 백지윤 옮김 / IVP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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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본격적으로 돈이라는 주제를 기독교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물론 이런 내용이 처음 담긴 책은 아니지만, 단행본 한 권 전체를 이 주제에 온전히 쏟아서, 성경의 언급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학 차원에서 분석하는 책은 생각만큼 흔하지 않다(대개는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성경구절을 쭉 뽑아놓고 개인적 해석을 덧붙이는 정도다).



책의 첫 두 장은 공저자 두 명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싱가포르의 가난한 가정 출신의 플라이브 림과 캐나다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폴 스티븐스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공통적으로 돈이 가진 위험한 성격을 인식하게 되었다. 돈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유한 사람에게도 모두 ‘문제’다.


3장은 돈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인데, 우리는 흔히 물물교환 단계의 경제가 서서히 발전해서 돈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효율적인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을 경제학 교과서에서 만난다. 이 설명에서 돈이란 ‘가치중립적인 교환의 매개체’로 전제된다.


하지만 저자들은 돈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신전이었다고 말한다. 돈은 고대 근동의 신전에서 기록하던 장부의 단위로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최초의 은행은 신전이었고, 신전의 서기들은 신전에 들어오고 나가는 다양한 물품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 물품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표준 척도를 만들었고, 이것이 돈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돈의 유래에 대한 이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 설명이 옳다면 돈이란 처음부터 그 속성상 영적인 것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돈에는 영혼이 있다고, 고대 제사장들이 돈에 부여한 마술적 성질은 사라진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돈은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4장에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명령에 대한 해석이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것과 세속의 것을 구분하고 각각의 영역을 나누어 바치라는 식의 이원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가진 돈의 10%를 헌금하고, 30%를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내 뜻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초기 교회는 모든 시간과 모든 소유를 하나님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믿었다.


5장은 자본주의에 대한 간략한 비판이 실려 있다. 그것은 놀라운 생산력 향상을 이끌어냈지만, 사회 전체를 돈의 노예가 되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저자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이런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6장에서는 청지기 비유를 놓고 씨름한다. 주인에게서 쫓겨날 지경에 처했던 청지기가,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불러 그 일부를 탕감해줌으로써 인심을 얻어 후사를 도모했다는 에피소드다. 저자들은 이 이야기에서, ‘이웃을 금전적으로 사랑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끌어 낸다. 그건 돈으로 친구를 사라는 뜻이 아니라, 이웃을 돌보는 데 돈을 사용하라는 명령이다.


이와 관련해서 7장에서는 우리가 돈을 사용하는 방식에,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가 새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8장에서는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예가 제시된다.


9장에서는 이른바 ‘번영복음’을 다룬다. “하나님은 당신이 부자가 되길 원하신다”로 상징되는 이 사이비성 짙은 유사 기독교가 어디서 왔는지 그 사상적 기원을 밝히고, 이에 대한 반대논의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핀다. 그리고 마지막 10장에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하늘에 쌓기 위해 할 수 있는 네 가지 실천을 제안한다.





돈은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며, 그 자체로 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사람들이 돈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돈에는 확실히 뭔가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마약이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닌 것처럼.


기독교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돈은 단순한 복의 증거 정도로 인식될 수 없다. 애초에 그것이 하나의 숭배 대상으로 시작되었음을 인식한다면, 우리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일은 신앙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소위 번영복음은 기독교를 해치는 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생각해 볼만한 지점을 여럿 제시해 주긴 했으나, 공저자가 쓴 책들이 흔히 그렇듯 각 장마다 긴밀하게 흐름이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살짝 준다. 어쨌든 책이라는 건 두 사람이 동시에 문장을 써 내려갈 수는 없는 거니까, 각자 다른 장을 맡아 쓰거나 했을 텐데, 그게 한 사람이 전체적 맥락을 잡고 쓰는 것만큼의 통일성을 갖추기엔 어렵다.


또 돈의 본질에 관한 분석이 꽤 흥미진진했던 데 반해, 돈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어떻게 오늘날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전통적인 교훈들(자선이나 선하고 신앙에 유익한 일에 사용하는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새롭지 않다는 게 문제인 건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훌륭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까.


분석과 적용이라는 두 영역을 놓고 볼 때, 이 책은 분석이라는 차원에서 읽을 만하다. 특히 책 후반의 번영복음에 관한 간략한 분석은 꽤 도움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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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6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란가방 2023-03-18 14:30   좋아요 0 | URL
아, 가능하면 참석하겠습니다!

stella.K 2023-03-18 14:35   좋아요 0 | URL
그래요. 아직 시간 있으니까 상황봐서 참석 여부
알려 주세요. 가급적 참석하시는 걸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