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 가치의 영향을 받는 과학의 영역은 모든 과정에 걸쳐 있다. 우선 어떤 주제를 연구할지부터 가치는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부유한 선진국의 연구자들은 소득이 낮은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보다 부유한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에 좀 더 많이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사실 좀 더 중요한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연구할지에도 가치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시설이 인근의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쉽게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걸 소위 “과학적”으로 분석해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물질에 집중할지, 그 물질의 농도를 어떻게 계산할지, 그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평균적 영향을 어떤 식으로 계산할지 같은 문제에서 얼마든지 “아무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연구를 설계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연구자들은 어떤 목적으로 연구할지, 연구의 방향 설정에서도 가치의 영향을 받는다. 과학적 연구방식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파고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결론에 이르는 식이 아니다. 그건 처음부터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불분명한 요소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그 불분명한 요소들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 역시 가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