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한 연출.
영화 전체가 꽤나 긴박감이 있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스파이 “유령”으로 지목된 조선인 다섯 명이 한 호텔에 감금된 채 심문을 받고, 누군가 자수하지 않으면 모두를 고문하며 해치겠다는 위협을 받는 상황에 몰린다. 그런데 여기 모인 여섯 명이 꽤나 생생한 특징을 지닌 캐릭터들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역시 이 흥미로운 캐릭터들인 것 같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조금은 묵직한 배경 속에서, 이 독특한 캐릭터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케미가 통통 튄다. 특히 정무총감의 비서이자 내연녀인 유리코(박소담) 캐릭터가 꽤나 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싼티가 철철 넘치며 온갖 난동을 부리며 시선을 빼앗으니까. 또, 자기 어머니까지 죽여가면서 일제에 충성을 맹세하고 거기서 성공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무라야마(설경구)도 영화 중후반까지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영화의 초반은 그 호텔에 갇힌 다섯 명 중 누가 스파이인가를 두고 감독과 관객이 벌이는 머리싸움이기도 하다. 각자가 모두 의심스러운 면이 보이고, 그들이 하는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고민해 가며 보는 맛이 있다. 확실히 상업영화를 만들 줄 아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