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흥미롭다. ‘존버’라는 비속어가 정면에 나오는 게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불편한 건 이 책에 실린 수많은 과로사 사례들과 열악한 노동조건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악화시키는 데 여념이 없는 2022년 우리나라의 집권세력이다.
조금은 말랑할 것 같은 이 책은 사실 사회학 연구서다. 과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저자는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사례들을 들며 스케치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라는 비상상황이 일어나면서 안 그래도 열악했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었지만, 비단 문제는 근래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물질중심적 사고는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선으로 여기는 체제다. 이 때 줄일 수 있는 비용 중 시설과 관련된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 인건비를 줄이는 식으로(필요한 인력보다 적은 수의 직원으로 일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 과로의 구조화가 일어나게 된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는 게 한 몫을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합당한 노동기준을 요구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되고,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감이나 조직적인 행동도 어렵다. 꼭 같지는 않지만, 최근 화물노조 파업을 두고 정부가 보인 조치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나는데, 분명 특정한 회사에 소속되어서 운송을 하는 대가로 대금을 지급받는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기에 애초에 노조를 구성할수도, 파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어디까지나 법적으로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