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김근주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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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의 종교인들에게 그들의 경전이 중요하겠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은 그 중에서도 더 특별하다. 기독교와, 그 앞선 시기 하나님의 백성인 유대인들의 삶에 있어서도 성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흔히 볼 수 있었던 신상과 거대한 신전 같은, 시각적인 것들을 배제한 채 철저하게 말씀 중심의 신앙을 강조해 온 전통이기 때문이다(물론 실제 역사에서는 이 길에서 벗어난 적이 수없이 많지만).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성경을 제대로 읽어내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쓰인 원어에 대한 장벽이나 좋은 번역들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읽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는 성경은 우리 자신이 처한 상황과 배경의 영향이 지나치게 강한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성경의 내용을 내 멋대로 읽어낸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성경을 운세뽑기집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내가 읽는 부분에 ‘가라’는 말이 있으면 당장 지금 하고 있는(혹은 하려고 하는) 일을 계속 진행하라는 뜻으로 읽어내는 식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어도 괜찮은 걸까?



이 책의 제목에서 사실 책에서 하려고 하는 주제를 읽어낼 수 있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나 중심, 내가 원하는 걸 찾아내기 위한 성경 읽기가 아니라, 성경이 원래 하고 있는 말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면서 읽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책에는 이를 위한 다양한 조언들이 담겨 있다.


우선은 잘못된 성경 읽기에 관한 다양한 예들이 눈에 들어온다. 앞서 언급한 운세뽑기식 읽기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잊어버린 채 개인적 차원(나아가 개인윤리 차원)에서만 성경의 내용을 읽어가거나, 잘못된 ‘영적 해석’들이 난무하는 현상들, 그리고 무엇보다 근시안적인 문자적 해석 같은 것들이 그 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제안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경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경이 원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이 쓰일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 위에서 본문의 내적 논리를 충실하게 밝히는 읽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의 주장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오늘날 교회가 영향력을 잃어버린 것은, 그 영향력의 원천인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런 불완전한 삶은 역시 불완전한 읽기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본문에 대한 비판적인 읽기 또한 비판적 검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고려한 읽기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지 지금 내가 서 있는 상황의 영향도 들어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책에서 저자는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입각한 노예제 옹호를 대표적인 오류의 예로 지목하고 있지만, 노예제가 문제가 있다는 사고 자체가 현대적인 관점이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본문의 원래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정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어차피 우리는 지금의 시대와 문화 속에서 정상, 혹은 옳은 것이라는 전제로 본문을 바라보게 될 것도 같고.


물론 그렇다고 이런 작업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된 해석학적 공동체를 꼽을 수 있다. 이건 특정한 사회나 조직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데, 문제는 신학의 경우 “자기들만의 해석학적 공동체”가 강해서 그 안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아.. 너무 비관적인가)



성경을 읽기 전,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할지를 정리해 볼 수 있는 책. 그리 두껍지도 않고, 내용도 편안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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