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맨섬, 케이먼 제도 같은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주제가 있다면 아마 당신은 금융 분야에 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거나 꽤 아는 사람일 수 있다. 이런 게 어렵다면 파생상품이나 법인세 인하,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 신탁 같은 용어들을 들으면 조금 더 쉽게 뭔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뭔가 엄청난 금융범죄를 법에 걸리지 않는 방식으로 저질러 큰 재산을 쌓는 교활한 사기꾼들 같은.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금융범죄(아, 그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꾸거나 재해석함으로써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으니 여기서 ‘범죄’라는 건 현행법을 위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하는 행위가 부도덕하고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는 고의적인 일이라는 의미다)에 관한 고발서다. 어떻게 수많은 페이퍼컴퍼니들을 거치며 이익이 국외로 빠져나가는지, 온갖 복잡한 금융기법이 실제적으로 투자자와 시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소수의 부자들의 부를 지켜주고 있는지 같은 내용이 가득 차 있다.
책이 꽤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서 자칫 좀 어려운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페이퍼컴퍼니들이 어떻게 파이프처럼 전 세계를 연결해서 돈의 최종목적지를 알 수 없게 흘려보내는지,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세금을 피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재산을 편하게 누리는지를 보고 있으면 살짝 어이가 없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기가 이렇게 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