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실현.


강도에게 살해되었던 어머니가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나타났다는(그게 무슨 유령이나 귀신같은 게 아니라 실제 몸을 지닌 채로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알고 보니 이게 이번 한 번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세계적으로 수십 케이스 이상이 보고되고 있다는 설정까지이쯤 되면 영화에 꽤 몰입이 되기 시작한다.


각국 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그렇게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을 죽게 만들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범인들을 죽이고는 자연소멸을 하고 있다고 한다와우가습에 독약을 넣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장애를 안기거나 죽여도수 천 억의 분식회계를 통해 막대한 손실을 끼쳐도 비싼 전관변호사만 구입하면 쉽게 풀려나는 나라에서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후보가 대통령까지 당선될 정도로(실제 능력에 대한 검증은 거의 없었지만공정과 정의 같은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건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가장 큰 원인은 정의 실현에 대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입법행정사법부의 무능력 때문이 아닐까그리고 그렇게 현실의 문제를 초월적인 힘(영화에서 끝내 부활자들이 등장하는 매커니즘은 설명되지 않는다)을 의지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정의는 구현되었나.


영화 속 돌아온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공격한다사실 영화 초반 그녀가 죽은 과정(오토바이를 탄 날치기에 의한 살해)이 나왔던 상황에서 조금은 이상하기도 했던 부분이다부활자들에 대한 외국의 정보를 토대로 경찰에서는 혹 검사가 된 아들(여기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또 얽혀있었다)을 의심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왜 다른 부활자들과 달리 어머니는 아들을 공격했을까주인공인 아들 역시 이 점이 궁금했고검사로서 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한다결론적으로 주인공은 자신도 잊고 있었던 수년 전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고시합격 소식을 들은 그날 밤친구들과 진탕 술에 빠진 주인공은 도로에 주차된 트럭을 몰고 가다가 길에 나온 아이를 치어 죽이게 된다주인공의 엄마는 상황을 눈치 채고 사건을 덮으려 나갔다가 죽은 아이의 아버지마저 죽이게 되었고결국 어머니가 죽은 건 다시 살아난 죽은 아이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자신이 죽게 된 게 결국 아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던 건데... 이건 좀 억지이지 않나아들은 아들이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았어야 했지만어머니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에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그래놓고서 사실상 아들 때문에 자신이 죽었다고 억지는 웬 말.





모성애.


더더욱 황당한 건그렇게 아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어머니가정작 영화 말미 아들이 죽였던 여자 아이가 나타나 복수를 하려고 할 때그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하더라는 것이다감독은 뭔가 감동적인 걸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모성애를 여기에 끌어들인 듯한데전반적으로 보면 좀 질척댄달까 그런 느낌.


애초에 희생부활자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 매커니즘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그게 이런 식으로 대충 사정한다고 금세 사라져버리기까지 한다면 설정 자체가 붕괴되는 것 같기도 하다공들여 만든 설정을 이렇게 가볍게 무너뜨리는 것도 능력이다필모를 보면 꽤 괜찮은 영화도 만들었던 감독인데 이번엔 영 감이 떨어졌던 느낌.


이런 영화는 좀 더 빠르고경쾌한 진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 아들이 저지른 잘못은 무조건 덮으려고 애쓰는 모성애라는 삐뚤어진 생각이 영화의 결말에까지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됐다그건 어머니의 오류로 어떤 식으로든 안고 가든지 했어야 했다모성애는 부족한 창의력을 메워주는 만능키가 아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족 2022-06-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랑 다른 건가 봅니다. ???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박하익작가의 소설을 읽었거든요.

노란가방 2022-06-13 17:55   좋아요 0 | URL
아, 이것도 원작소설이 따로 있었나 보군요. 원작은 좀 더 캐릭터들이 살아있었을까요..

서곡 2022-06-1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고구마였던 기억이 희미하게 납니다...봉준호 감독의 마더도 참고했을 것 같아요.

노란가방 2022-06-13 17:54   좋아요 1 | URL
아 마더는... 당시 극장에서 보면서 김혜자 배우의 반전연기에 충격을 좀 받았더랬죠..ㅋ 근데 이건 그거에 비할 바가 안 되는 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