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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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을 빙자(?)한 기초 물리학책, 이 책의 성격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저자는 물리학자이면서 쉬는 날을 이용해 직접 그림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다. 그런 독특한 이력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아이디어부터가 흥미롭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빛’이다. 조금 더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광학’ 정도가 될까? 사실 빛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빛이 무엇인가(입자인가 파동인가), 빛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가(속도라든지, 운동의 경향이라든지) 하는 질문은 물리학 발전의 중요 지점마다 새로운 발전의 실마리가 되어 왔다.


그런데 이 빛은 또한 미술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근대 미술은 빛을 어떻게 화폭 안으로 담아내는가 하는 주제에 천착했던 것 같다. 물론 그에 앞선 중세에도 빛은 신적 속성을 드러내는 주요한 요소로 사용되긴 했지만, 근대 이후 빛은 좀 더 지상 가까이 내려와서 세상을 비춰주는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이 두 분야를 적절히 엮어내면서 내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단 목차를 봐도 알 수 있듯 그 순서는 역사적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빛에 관한 물리학적 탐구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된 미술 이야기를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학이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은 매우 기초적인 내용들이라서,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금세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도입 정도로 언급되는 수준이다.(물론 아예 이 쪽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 무슨 말인가 싶을지도)


책 전체에 여러 장 삽입되어 있는 컬러 도판이 마음에 든다. 물론 그 때문에 책값이 17,500원으로 뛰기는 했지만, 미술을 다루면서 컬러도판이 없는 건 아무래도 허전하니까. 책의 설명이 어떻게 실제 그림 속에서 구현되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한 가지 재미이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과학적 발견이 당대의 미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이란 건 세상을 관찰하는 안경 중 하나이고, 그렇게 새로운 안경이 나오면 그로 인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영역이 보이게 되고, 예술가들은 그 영역을 누구보다 빨리 그려내는 사람들이니까.



과학과 예술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멀리 있을 것 같은 두 분야를 재미있게 조합해 놓은 책. 미술을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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