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기독교 - 동방교회의 역사
크리스토프 바우머 지음, 안경덕 옮김 / 일조각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일단 책의 크기에 압도된다가로가 20cm 세로가 24cm로 보통의 단행본보다 큼직한백과사전 사이즈인데또 페이지는 600쪽 가까이 된다당연이 하드커버로 되어있는 데다가수많은 컬러사진이 실려 있어서 이런 사진을 인쇄하기에 알맞은 두툼한 종이까지 사용했으니내가 좋아하는 독서 장소 중 하나인 지하철에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아무리 봐도 무리인 크기다.

 

본문 좌우에 여백을 넉넉하게 두었고여기에는 본문에 실린 도판의 설명이 붙어있는 고전적인 편집법을 사용했다제법 오랫동안 붙잡고 읽었는데몇 번이나 침대에서 떨어뜨렸는데도 멀쩡한 걸 보니출판사가 책 하나는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것 같다물론 45,000원이라는 가격은 조금 겁이 나긴 했지만이보다 훨씬 읽을 게 없는 책들도 보통 만 원 대 중반은 하는 시대니까 돈이 아깝지는 않다.

 


이 책은 동방교회의 역사를 담고 있다말 그대로 처음부터 오늘날까지의 거의 모든 주요 사건들이 열거된다동방교회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431년 열렸던 에페소스 공의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당시 로마 동부 교회들은 예수의 두 본성(신성과 인성)과 관련된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는데이 싸움에 한 편에 네스토리우스가 있었다.


그는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 교회의 주교를 맡고 있었는데수도 교회의 주교는 제국의 모든 교회를 관할하는 자리였기에공명심이 강한 이들의 타겟이 되었다결국 그 자리를 원했던 알렉산드리아 주교 키릴로스의 치열한 계략에 의해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예수의 신성과 인성이 완전히 따로따로 존재한다)”이 이단으로 정죄된다. (물론 이 공의회의 결정은 옳았지만문제는 거기서 정죄된 주장을 정말로 네스토리우스가 했는지가 미심쩍었다.)


당연히 이 결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고결국 그들은 동로마 교회에서 떨어져 나와 동쪽으로 간다초기에는 시리아를 근거지로 했고이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좀 더 이동하는데이 때문에 동방교회라는 이름으로 분류를 한다네스토리우스파라고도 하는데실크로드를 타고 지속적으로 동쪽으로 선교를 해나가면서 당나라에까지 도착해서는 경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나라가 멸망한 뒤 중국 대륙의 동방교회의 역사는 잠시 후퇴하지만북방의 유목민족 선교에 성공해 곧 이어지는 몽골/원 제국과 함께 다시 대륙으로 들어온다하지만 원이 망한 뒤에 들어선 보수왕조인 명나라 시대에 그 자취는 거의 사라지고 만다.

 

그 사이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에는 이슬람 세력이 점차 주도권을 잡으면서 그 지역의 동방 교인들의 삶은 극도로 위축되기 시작한다수많은 교회들이 파괴되고수 백 만의 사람들은 학살되었다사실 동방 교회는 가장 많은 순교자를 낳은 교회이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건 서방의 가톨릭 선교사들이 이 지역에 들어와 동방교회 교인들을 개종시키려 했다는 점이다그들 덕분에 교회는 분열되었고이는 당면한 위기를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끝없는 화해와 재분열을 반복하는 동안 교회는 모래알처럼 바스라져 버렸다.


이름부터가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는 칼데아 교회(로마 가톨릭파)와 아시리아 교회로 크게 분리된 오늘날의 동방교회의 모습은 퍽이나 안타깝다대주교구는 불안정한 중동이 아닌 미국에 위치해 있고현지 교인들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최근까지도 이들은 쿠르드족(이들과 동방교회의 오랜 근거지는 그 범위가 꽤나 겹친다)과 그들을 이용하는 터키 정부에 의해 학살과 약탈 같은 대대적인 파괴를 겪었지만서방의 그리스도인 형제들은 이들의 삶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읽은 느낌이다어지간한 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낼 수 있는 시대지만이 책만큼 자세하고 많은 내용을 담아낸 저작은 아직 본 적이 없다물론 우리나라에는 그리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기도 하다개인적으로 동방교회와 관련된 내용을 처음 접한 건 서울대의 김호동 교수가 쓴 책(“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이었는데그보다도 훨씬 방대하다물론 그 책이 읽기엔 좀 더 좋고이 책은 찾아보기에 좀 더 적합한 책이다.


한 번을 다 읽었지만이런 백과사전 같은 책은 두고두고 다시 찾아 읽어봐야 할 그런 보물이다어차피 이런저런 작업을 하다보면 반드시 다시 꺼내보게 될 것 같지만유튜브 채널에 동방교회의 연대기만을 따로 떼서 시리즈 영상으로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고이런저런 즐거운 자극을 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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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듦새가 좋다고 하시니 좋긴한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잘 다루십시오.
혹시 들어 올리다 떨어트려 발등이라도 다치면...빠지직~!ㅋㅋ

노란가방 2022-02-08 20:2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 책은 그런 경우 위험합니다, 꼭 두 손으로 받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