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정과 정오, 하루 두 번씩 다른 사람이 된다는 설정은 한효주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비슷했다. 또, 영화 후반 강이안 역을 맡은 윤계상이 1 대 다수로 벌이는 총격전, 맨몸 결투신은 현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조금 더 과장하면 “존 윅” 시리즈의 시그니쳐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의 시작부터 쉴 새 없이 사람이 바뀌는데 그 정체나 이유가 불분명해서 영화의 중반까지 약간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또 사람이 변하는 장면에서는 윤계상과 그가 입은 새로운 사람 역을 맡은 배우들이 서로 교체되면서 이런 혼란을 더욱 심하게 만들고. 감독이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관객에게 좀 더 일찍 이해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 않았을까.
물론 앞서 언급한 비교가 되는 영화들과 차이점도 존재한다. “뷰티 인사이드”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주인공의 외형이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설정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게 아니라 12시간 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었고, 액션신에서는 그 분위기나 구성이 비슷하다는 의미지 상대적으로 조금은 덜 민첩하고 둔탁하다.
어떻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설정인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 설명이 없다.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말 그대로 주인공 자신이 다른 사람의 외형을 취하게 된다는 설정이었으니 그 인물들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 강이안이 (영혼이든 뭐든)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건’과 관련된 실제 인물들이기에, 그들의 몸에 들어간 강이안은 자신의 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인 체’할 수 있는 특별한 이점을 누리게 된다. 그것도 그 몸이 12시간 안에 죽지만 않으면 (그 이후에 죽더라도) 얼마든 다른 사람으로 깨어날 수 있기도 하고.
문제는 이게 어떤 매커니즘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영화 속 잠시 언급되는 신종 마약이 한 가능성인데, 설명에 따르면 아주 환각 작용이 강해서 몸 밖으로 나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말 그대로 ‘수사적 표현’이지, 실제로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약이 존재한다고 관객에게 설명하려던 것이었던가? 그것도 12시간이 될 때마다 몸을 바꿀 수 있는?
요컨대 설정은 있는데 설명이 없는 부분이었고, 이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였기에 전체가 헐거워지는 느낌이다. 애초에 영화가 심령, 강신술, 빙의 같은 걸 다룬다고 했던 것도 아니지 않았나.
빠른 전개?
12시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더구나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그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엔 더더욱 짧다. 덕분에 영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된다. 한 몸에 조금 익숙해질까 싶으면 곧바로 정신을 잃고 새로운 몸에 들어가는 주인공을 볼 수 있다.
오락 영화에서 적당한 속도감은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느슨해지는 것을 막기도 할 뿐만 아니라, 충분히 세밀하지 못한 부분도 적당히 가려주기도 하니까. 다만 이 영화의 그런 속도감을 계속 줄이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임지연이 연기한 문진아라는 인물이다.
설정 상 국가정보원을 패러디한 ‘안보정보원’이라는 기관의 요원이면서 강이안과 커플이었고, 그가 사라지자 홀로 이안을 찾아나서는 모양인데, 무슨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렇데 대책 없이 다짜고짜 여기저기를 찌르고 다니기만 하는지. 이건 정보를 이렇게 흘려줄 테니 날 고생시켜주시오 라고 떠벌리려는 건지.
영화 말미 클래이맥스 격투신에서도, 애초에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근력까지 떨어지는 상태로 덜컥 잡혀 인질이 되어버리고, 이안의 행동을 방해하기만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문진아의 존재로 인해, 영화 내내 뛰어다니는 강이안의 목적도 범죄 소탕보단 연인구출로 급선회해 버리고 말이다. “아저씨”나 “존 윅”에서 왜 주인공이 솔로로 나오는지를 짐작하게 만드는 부분이랄까. 오해하지 말자. 여성 캐릭터의 존재나 등장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만 묘사되어 극의 속도감을 늦추는 게 아쉽다는 말.
그래도 대진운이 괜찮은지 제법 흥행하고 있다는 듯?